미국 하버드대 아동병원 비만 예방센터 재단 공동 책임자 겸 하바드 의대 데이비드 러드윅 교수가 28일(현지시간) 많이 먹어서 비만해지는 것이 아니라 비만하기 때문에 많이 먹게 되는 것이라며 비만 치료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드윅 교수는 활동량에 필요한 에너지보다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이 비만의 원인이라는 통설이 잘못됐다고 강조하는 글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했다.
비만에 대한 통설은 활동량보다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면 남는 칼로리가 지방으로 축적돼 비만해진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칼로리는 동일한 효과를 내기 때문에 적게 먹고 운동으로 더 많이 소모해야 한다는 체중 감량 처방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에너지 균형론은 현실에서 검증되지 않는다. 미국인들의 칼로리 섭취량은 2000년 이래 늘지 않거나 줄어왔다. 그러나 비만률은 3분의 1 이상 늘어 미국인 전체의 42%가 비만 상태다. 사람들의 신체 활동이 줄었기 때문이 아니다. 미국은들은 최근 20년새 신체활동을 늘려왔다.
그렇다면 칼로리-에너지 균형론이 잘못일 수 있다. 인과관계가 잘못된 것이다. 임상영양학 유럽저널에서 나와 동료 연구자들이 과식이 비만의 1차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그보다는 비만이 과식의 원인이다.
이는 탄수화물-인슐린 이론이다. 저지방 식단을 하면서도 흰빵, 흰쌀, 시리얼, 감자 제품 및 당분이 많은 식품 등 빠르게 소화되는 탄수화물 식사가 비만의 원인이라는 이론이다. 탄수화물 섭취가 인슐린 분비량을 지나치게 높여 지방 축적을 늘리는 다른 호르몬 변화를 촉발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비만은 과식 때문이 아니라 칼로리를 어떻게 섭취하느냐의 문제다. 매끼 식사 때 섭취하는 과도한 칼로리가 지방세포로 바뀌는 반면 혈액에 남은 칼로리는 적어서 신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그 때문에 뇌가 배고픔을 더 빨리 느끼도록 해 칼로리를 보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배고픔을 무시하고 칼로리를 제한하면 신체는 대사속도를 늦춰 칼로리 소모를 줄인다. 이 경우에도 비만이 유발된다.
그런데 탄수화물-인슐린 이론이 에너지 균형 이론보다 더 맞는 것일까?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할 연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비만 이론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것이 일부 이유다.
우리 연구 외 2편의 탄수화물-인슐린 이론 지지 학술논문이 이번주 발표됐다. 그러나 비판 논문이 수십편이 나와 있다.
이같은 반대는 문화적인 이유도 있다. 수백년 동안 비만은 성격상 문제로 간주돼 왔다. 유전 및 생물학적 영향이 체중에 미치는 영향 연구가 수십년 동안 이뤄져 왔지만 비만한 사람들은 다른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들과 다르게 비만이 본인의 책임이라는 낙인이 찍혀 왔다.
에너지 균형론이 자기 통제력이 약해 과식한다는 인식을 암묵적으로 뒷받침한다. 뇌의 원시적 보상 중추가 음식 섭취를 촉발한다는 걸 강조하는 새로운 에너지 균형론도 등장했다. 그러나 비만인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먹지 않고는 못배기는 사람으로 간주되는 건 마찬가지다. 탄수화물-인슐린 이론이 옳다면 비만에 대한 인식이 바로잡힐 수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