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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쌀이 마이 없십니더”…소설 ‘파친코’ 재번역 얼마나 달라졌나

입력 | 2022-07-29 15:16:00


비슷한 듯 다르다. 출판사를 바꿔 재출간된 소설 ‘파친코’는 이전처럼 나비 문양 표지를 했지만 자세시 보면 구성이 표현과 구성이 다르다. 겉만 그런건 아니다. 구판과 개정판은 같은 내용지만 전혀 다른 번역과 문장이 담겼다.

애플TV+ 드라마로 제작되어 뜨겁게 조명 받은 파친코는 지난 4월 계약 문제가 불거져 절판 사태를 겪었다. 이후 문학사상 출판사에서 인플루엔셜 출판사로 옮겨 개정판이 나왔다. 지난 27일부터 1권 판매가 시작됐다. 2권은 다음달 말 출간된다.

새로 나온 ‘파친코’는 전면 재번역 작업을 거쳤다. 어디가 얼만큼 변했나 짚어봤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개정판)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구판)

소설의 첫 문장부터 다르다. 인플루엔셜 출판사 관계자는 “원문의 의미를 보다 충실하게 전달하고자 했다”며 “작품 특유의 속도감 있는 문체를 살리고자 노력한 번역”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번역을 맡은 신승미 번역가는 원문의 의미 전달을 위해 보다 쉽고 구체적인 단어를 활용한 번역이 돋보인다.

“1991년 봄, 훈이가 스물여덟 살이 되었을 때 볼이 불그레한 중매쟁이가 훈이 어머니를 찾아왔다.”(개정판)
“1911년 봄, 훈이가 스물여덟 살이 된 지 2주가 지났을 때였다. 뺨이 불그스레한 중매쟁이가 훈이 엄마를 찾아왔다.”(구판)

새로운 번역의 간결한 표현도 돋보인다. 문학사상의 구판에서 풀어쓴 문장을 다르게 번역해 같은 의미임에도 전혀 다른 문장이 나왔다. 그 밖에도 소설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사투리의 표기도 다르다.

구판에서 “팔 게 그래 많지가 않습니더”라는 대사는 “팔 쌀이 마이 없십니더”로 수정되는 등 크고 작은 사투리 표현들이 수정됐다.

이번 개정판은 이민진 작가가 처음 의도한 구조와 흐름을 살리기 위해 총 세 파트(1부 ‘고향’, 2부 ‘모국’, 3부 ‘파친코’)로 된 원서의 구성도 그대로 따랐다. 구판에서 챕터마다 “한겨울의 방문자”, “운명의 남자” 등 소제목을 추가한 것과 달리 간결하게 숫자와 연도 표기만으로 각 장을 나눈다.

달라진 번역에 ‘파친코’ 1권의 구판과 신판의 분량도 다르다. 366쪽이었던 구판과 달리 이민진 작가가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2장 분량의 편지가 수록된 신판은 386쪽으로 분량이 크게 늘었다.


한편,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 작가는 이번 개정판 한국어 번역본에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 작가는 출판사를 통해 “번역은 문학의 천사와 예술가의 작업”이라고 전하며 신승미 번역가에게 감사를 표했다. 재출간되자마자 예스24·알라딘 등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예약 판매에 들어간 후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4대에 걸친 이민자 가족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애플TV+에서 제작비 1000억원을 투입해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했고 배우 윤여정, 김민하, 이민호 등이 출연하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한편 재출간을 기념해 이민진 작가가 다음달 서울에서 북토크를 진행할 예정이다. 8월 10일 2000석 규모 세종대 대양홀에서 열린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