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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인 비행기 탑승 거부 논란…‘과잉 대응’ vs ‘안전 조치’

입력 | 2022-07-29 15:28:00

ⓒGettyImagesBank


국내 한 항공사에서 자폐인 승객의 비행기 탑승을 거부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항공사 측은 당시 안전운항이 저해되는 상황이 발생해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결정했다고 했다.

A 씨는 27일 블로그를 통해 “26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했다. 탑승 수속때도 아들이 자폐임을 밝혔고 검색대를 지날 때도 최종 탑승 대기실에 입장할 때도 ‘우리 아들이 자폐에요’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A 씨가 다른 글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아들은 건장한 체격의 20대 초반 남성이다.

비즈니스석을 예약했다고 밝힌 A 씨는 “탑승해서 생각보다 너무 좁은 환경 때문에 아이가 답답했는지 밖으로 도망 나갔고 직원이 쫓아갔다”며 “아이 주변으로 직원들이 다 몰려오는 바람에 아이가 흥분할 수도 있었다. 내가 다시 데리고 들어온 후에는 밖으로 다시 나가진 않았다”고 했다.

A 씨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였고 약효과가 다 돌기까지 아이는 자리에서 총 4차례 일어나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며 “괴성을 지른 것도 아니고 얼굴을 치는 행동을 한 것도 아니고 손을 흔드는 상동행동을 한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A 씨는 “그 사이 승무원이 와서 아이에 대해 물어봤다. 나는 ‘자폐가 있는데 불안해 보일 순 있지만 누군가에게 위해를 가한다거나 하는 행동은 전혀 없는 아이다. 만에 하나 문제가 생겨서 아이가 힘들면 흥분하거나 울 순 있는데 덩치가 커서 소리는 좀 커도 오래가지 않는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후 승무원은 A 씨를 찾아와 비행기에서 내려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A 씨는 “약을 두 번이나 먹여서 이제 조금 지나면 잔다”고 설명했지만 승무원들은 기장 지시사항이라며 번복할 수 없다면서 비행기에서 내려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A 씨는 결국 아들을 데리고 비행기에서 내렸고 그제야 약기운이 돈 아들은 공항 길바닥에 주저앉았다고 한다. A 씨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졌음에도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드라마 등장인물 ‘우영우’를 언급하며 “그 정도는 되어야 사회에 나오라는 건지, 전화로 환불 문의하니 위약금 총 440유로(약 58만원)를 물어야 한단다”라고 주장했다.

ⓒGettyImagesBank

항공사 측은 “다른 모든 승객과 동일하게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승객도 탑승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며 다만 당시 A 씨가 아들을 따라다니며 제지하려 했으나 착석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운항승무원이 직접 승객의 상태를 살폈음에도 안전운항이 저해되는 상황이 발생해 승객을 내리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항공사 측은 “기내 규정을 따르기 쉽지 않은 승객도 있겠지만 이럴 경우 동반인의 통제에 따를 수 있어야 하거나 전문가 소견서 등을 통해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해당 승객의 경우 예약, 탑승수속 카운터, 탑승구에서 자폐 스펙트럼 여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물론 안전을 위한 하기(下機)조치였지만 어렵게 항공여행을 결정했던 승객과 가족들께서 겪게 된 당혹스러운 상황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이번 사안에 대해서 일반적인 항공권 환불 위약금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해당 승객들의 미사용 항공권에 대해 위약금 없이 전액 환불조치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일부는 항공사가 자폐인 승객에 대한 대책을 명확히 세우지 않고 탑승을 거부했다며 장애인 차별적인 과잉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운행을 시작하면 착륙이 어렵고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비행기의 특성상 항공사의 대응이 이해가 간다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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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미국에서도 유나이티드 항공 비행기에서 자폐인의 탑승을 거부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자폐인 아들과 함께 비행기에 탄 제이미 그린은 아들이 계속 소리를 지르는 탓에 기장으로부터 내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린은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아들에게 진정제를 먹이고 응급 의료 수송 회사에도 연락해봤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도움을 요청한 그린은 알라바마 주의 자폐인 자선단체의 도움을 받아 여행을 떠난 지 한 달 만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간 그린은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항공사들이 안전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항공사들이 아들과 같이 장애가 있는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정책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