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지난 19일 경남 사천 소재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에서 첫 이륙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2022.7.19/뉴스1 ⓒ News1
인도네시아 측은 지난 2015년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전체 사업비 중 20%, 약 1조7000억원을 분담하기로 했었다. 그 대가로 2026년 체계개발이 완료되면 KF-21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받는다는 게 계약 조건이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경제 사정 악화’를 이유로 2017년부터 분담금을 내지 않아 작년 기준으로 8000억원대에 이르는 미납금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KF-21 시제기에서 인도네시아 국기가 삭제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30일 “미납금 문제로 KF-21에 붙은 인도네시아 국기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이 있는 걸 안다”면서도 “인도네시아는 엄연히 개발 참여국이다. 계약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인도네시아 국기를 뗄 일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우리 방위산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관심이 줄어들긴 했지만 인도네시아는 우리의 전통적인 방산협력국으로 꼽힌다.
우리 방산업체들이 첫 수출 물꼬를 튼 것도 인도네시아 덕분에 가능했다. 1979년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가 설계·건조한 315톤급 고속 유도탄 경비정 4척이 인도네시아에 인도됐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인도네시아 잠수함 1차 사업 3번함 진수식. ⓒ 뉴스1
당시 인도네시아에 대한 우리 잠수함 수출은 해외로부터 전수받은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무기체계를 다시 해외에 내다판 ‘세계 유일’ 사례로 기록됐다. 우리나라는 1988년 독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잠수함 건조에 나섰다. 그러나 2011년 인도네시아의 잠수함 도입 사업 때 우리나라가 러시아·독일을 제치면서 어느덧 우리 잠수함 기술이 ‘독일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육상 무기의 경우 두산DST(현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차륜형 장갑차가 2013년 5월 인도네시아에 도입됐다. 인도네시아 육군이 ‘타란툴라’(큰 거미)라고 부르는 이 장갑차는 수출분 총 22대 가운데 11대는 국내에서 차체제작과 포탑 조립을 진행했고, 나머지 11대는 반조립 형태로 인도네시아에 보내 현지 업체가 조립했다.
인도네시아는 항공 분야에서도 현재 공동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 FA-21 이전부터 우리의 수출 대상국이었다. 우리 공군 조종사 교육을 위해 개발한 최초의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기반으로 만든 T-50i가 2014년 인도네시아에 16대 수출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인도네시아 양국은 1995년 ‘방산 군수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래 육해공군용 모든 무기체계에서 활발하게 방산협력을 진행 중”이며 “단순 수출입을 넘어 공동생산 및 기술협력 단계에 이르는 높은 수준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 방산기업이 해외시장에 자리 잡는 과정에서 인도네시아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우리와 육해공 무기체계를 공유하는 건 보통 인연이 아니다. 또 인도네시아의 수요 자체도 큰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2022.7.28/뉴스1 ⓒ News1
현재 KF-21을 만드는 경남 사천 소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도 인도네시아 기술자 약 40명과 조종사 2명이 일하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