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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속도전, 복귀 멀어진 이준석…이대로 당하고 있을까

입력 | 2022-07-31 11:30:00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윤리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후 입장을 말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7.8/뉴스1


국민의힘이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승리에도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초선의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이준석 대표의 복귀도 멀어지고 있어 이 대표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1일 “바닥을 치고 올라가려면 여권 3축의 동반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며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했다. 지도부 사퇴는 지난 29일 배현진 최고위원 이후 두 번째다. 향후 연쇄적인 지도부 사퇴 가능성도 있다. 공개적으로 사퇴를 거부한 최고위원은 이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용태 최고위원뿐이다. 사실상 비대위 전환이 임박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배 최고위원 사퇴와 초선의원 32명의 성명서로 ‘비대위’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중징계에 따라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돌입한지 22일 만의 일이다.

비대위 전환 요구에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연이은 논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9급 사적채용’ 논란이 불거진지 얼마되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과 사적으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문자메시지 내용에는 이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로 거론하면서 친윤(친윤석열)계와 이 대표 사이의 갈등이 폭발했다. 이 대표는 여의도를 ‘그 섬’이라고 표현하면서 친윤계 의원들의 모습을 ‘양두구육(羊頭狗肉·겉과 속이 다른 경우를 일컫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당 내홍은 고스란히 지지율에 반영됐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9일 발표한 7월 4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28%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36%를 기록했다. 30대를 제외하고 전 세대에서 30% 이상을 유지하던 지지율에도 변화가 생겼다. 18~29세는 지난 조사(33%)보다 4% 포인트(p) 하락했고, 40대는 지난 조사(30%)보다 5%p 떨어진 25%를 기록했다. 사실상 핵심 지지층인 60대(51%)와 70세 이상(60%)만 남은 모습이다.

비대위 전환 요구는 바닥을 치는 지지율을 끌어올려 국정동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당헌·당규 해석 문제가 남았지만, 현재 당내 상황을 고려하면 비대위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이 대표는 현재 전국을 돌며 당원과 만나고 있다. 당초 윤리위원회 징계 직후 재심 요청과 법적 대응이 전망됐지만 장외 여론전에 나서면서 당원 모집과 소통에 집중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를 방문했다. 그는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해 간장불고기를 먹은 사진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안철수 의원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 장제원 의원을 다시 저격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이 대표는 당 내홍이 불거질 당시 SNS를 통해 간장을 언급한 바 있다. 간장은 ‘간보는 안철수+장제원’으로 지칭한 말이다.

장외 행보는 이 대표가 당 대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책이라는 분석이다. 문자메시지 공개 이후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 대표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은 자신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징계가 이른바 윤심(尹心)에 의한 것으로 ‘탄압받은’ 청년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현재 이 대표는 비대위 전환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비대위로 전환하면 새로운 행보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비대위 전환이 사실상 이 대표의 흔적을 지우겠다는 것으로, 대표 복귀 가능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비대위로 전환하면, 이 대표가 법적 대응 등을 통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 대표는 측근들과 이와 관련해서는 아직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지 말라했더니 이제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하려는 것 같다”며 “저 자들의 우선 순위는 물가안정도 아니고, 제도개혁도 아니고, 정치혁신도 아니다. 그저 각각의 이유로 당권의 탐욕에 제정신을 못차리는 나즈굴과 골룸”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인용된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이며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