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7.29/뉴스1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5세로 낮추겠다고 밝힌 가운데 실제 학제개편을 이루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교육계 반발은 물론 특정 학년의 불이익, 재정 등 헤쳐 나가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2025년부터 만5세로 1년 낮추는 내용의 업무보고를 했다. 기존 ‘초6-중3-고3’의 12년 학제는 그대로 유지하되 취학연령만 앞당겨 만17세에 대학에 입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정부에서 취학연령이 낮아진다면 1949년 제정된 교육법에서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만6세로 정한 뒤 76년 만에 개정이 이뤄지는 것이다.
교육부가 밝힌 명분 이외에도 취학연령 하향 조정은 다양한 이유로 지속적으로 논의돼왔다.
경제계에서는 경제활동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 속에 취학연령을 낮춰 노동인구를 확보하자면서 학제 개편을 요구해왔다. 육아 비용을 절감한다는 명분도 한몫했다. 의무교육인 초등학교에 일찍 입학하면 그만큼 유아교육에 부담해야 할 개별 가정의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등 역대 정부는 취학연령 하향을 비롯한 학제개편 논의를 제시해왔지만 과다한 사회적 비용 등으로 인해 번번이 좌절했다.
모두가 실패했던 학제개편 카드를 다시 꺼내든 윤석열 정부 앞에도 이전 정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과제들이 놓여있다.
한 유치원 어린이들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학제개편 과도기의 교육 공간·교사수급 등 문제도 있다. 일시에 초등학교 입학생이 2배가 되면 시설 확충과 교원 충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확충이 이뤄져도 문제다. 일시적으로 늘어난 학생들이 졸업할 경우 유휴 시설과 교원이 또 다른 사회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막대한 재정 투입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007년 한국교육개발원은 다양한 학제개편안 형태를 검토하면서 현재 교육부 제시한 학제 개편안(만5세를 해마다 25%씩 증가시키는 안)에 드는 비용이 학급 증설 4832억원, 학교 신설 12조7500억원, 교원 증원 1조4284억원 등 총 2조661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인식해 교육부는 업무보고에서 출생한 달에 따라 시행 첫해에는 1~3월생이 입학하고 이후 매년 4~6월생, 7~9월생, 10~12월생까지 입학 인원을 늘려나가는 안을 내놨다.
그러나 이와 관련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한 학년 학생을 30만명이라고 했을 때 이들을 4년에 걸쳐 25%씩 전환하더라도 같은 시기 입학하는 학생이 늘어 대입경쟁률이 증가하고 취업과 사회생활 전반에 피해가 나타날 것”이라며 “피해학생은 150만명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학제 개편이 교육부가 추진하기로 한 유보통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복지본부장은 “만5세 유아를 주 교육대상으로 삼는 유아교육·보육계로서는 이를 초등교육에 빼앗기는 셈”이라며 “이럴 경우 유보통합의 방향과 예산, 인력 문제도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이를 두고 “초등학교는 교육과 돌봄의 분절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냐”며 “현재는 유아 교육, 돌봄에서 확보된 인프라로 유보통합 연계체제를 만들어 가는 것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단체 반발도 예고됐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비롯해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13개 단체는 오는 8월1일 ‘만5세 초등학교 조기입학 학제개편안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학제개편안에 대한 반대와 함께 이들은 ‘교육부로의 유보통합’에 대해서도 촉구할 예정이다.
반면 취학연령 하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아이들의 신체발달과 인지발달이 빨라진 만큼 입학 시기를 1년 앞당기는 것은 필요하다”며 “취업 시기가 늦어지는 문제를 비롯해 사회적 육아의 필요성이 커진다는 점도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