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40만 개 일자리가 창출되는 지금은 경기침체가 아니다.”(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물가를 잡으려면 5% 이상 실업률이 5년은 이어져야 한다.”(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최근 미국 전현직 재무장관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기침체(recession) 논쟁의 핵심 쟁점은 일자리다. 각각 조 바이든, 빌 클린턴의 민주당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맡은 둘은 같은 ‘신케인스 학파’로 경제를 보는 시각이 같은데도 이 부분에선 한 치 양보 없이 대립 중이다.
▷미국 경기침체를 공식 판정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12차례 경기침체에서 매번 실업률은 6% 이상으로 오르고 근로자 임금은 하락했다. 반면 지금은 기업이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임금이 오르는데 침체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이 기이한 현상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용이 충만한 경기하강(jobful downturn)’이라고 표현했다.
▷수수께끼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풀린 유동성 때문에 저축, 자산가치가 늘어난 미국인이 일을 덜 한다는 설, 베이비부머들이 인생관을 바꿔 서둘러 퇴직해 근로자가 부족하다는 분석, 긴축 속도가 너무 빨라 실물경기와 시차가 생겼다는 설명 등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용 없는 성장’의 정반대지만 ‘고용과 성장이 따로 논다’는 면에선 유사한 현상이란 해석도 있다.
▷한국도 사정이 비슷하다. 식당, 카페들은 종업원을 못 구해 영업시간을 줄이고, 알바 중개 플랫폼에는 ‘사람을 찾아 달라’는 주문만 쌓이고 있다. 중소기업 생산직, 알바 일자리는 MZ세대 눈높이에 맞지 않고, 원할 때 필요한 만큼 일할 수 있는 배달 일자리 등이 늘어난 게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정부가 만든 세금알바 등도 경기와 실업률의 괴리를 키웠다.
▷경기침체냐 아니냐, 침체 강도는 깊을까 얕을까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건 저성장과 일자리 호황은 동시에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계를 골라 내놓으며 경제 현실을 호도해온 과거 정부들의 행태를 고려하면 일자리가 넘쳐나는 경기침체에 헛된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