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용환 역사학자·역사N교육연구소 소장
“자신의 분별력을 교사로 삼으라고. 행위를 대사에, 대사를 행위에 맞추게, 자연스러운 절도를 넘어서지 않겠다는 특별사항을 지키면서.”
―셰익스피어 ‘햄릿’ 중
영국 극작가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 ‘햄릿’ 모두 너무나 유명하다. 너무 유명해서 막상 읽은 사람이 많지 않고, 자연히 그 의미의 정수를 누린 이들도 손에 꼽힌다. 대부분 고전이 그렇듯, 햄릿 역시 어린 시절 부모가 읽어준 그다지 재미없는 요약본으로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충분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뒤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전혀 다른 기분이 들 것이다. 햄릿이 정말로 미친 것이 아닐까? 삼촌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증거가 없지 않은가? 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폭발해 모든 것을 그르칠까? 잘 만든 스릴러물처럼 이야기는 관객을 혼돈과 혼란으로 몰아넣고, 끊임없이 다양한 상상을 이끌어 낸다.
작품 속 햄릿은 배우들에게 연기를 지도하면서 분별력을 강조한다. 관객의 감탄을 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절도 있는 분별력이다. 비단 연극뿐이겠는가. 어떤 일을 하건 대부분은 지나치거나 모자라다. 그러나 우리는 그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사실을 직시하고 정확한 분별력으로 궁극에 이를 때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셰익스피어는 가장 불안정한 인간 햄릿을 통해 가장 완벽한 작품을 만들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자리에서 안정적으로 일어서야 하지 않겠는가. 불안을 다독이고 극복하면서.
심용환 역사학자·역사N교육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