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대다수 은퇴자들은 국민건강보험에 이런 양가감정을 갖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늘어나는 의료비 부담을 생각하면 건강보험만 한 효자도 없다. 하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연금으로 생계를 꾸리는 은퇴자에게 매달 내는 건보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9월 시행되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에 은퇴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개편으로 연금으로 생활하는 은퇴자의 건보료 부담은 늘어날까, 줄어들까. 특히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을 수령해서 생활하는 은퇴자는 이번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에서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할까.
[CHECK 1] 피부양자 자격은 유지할 수 있나
우선 파악해야 할 것은 피부양자 자격 유지 여부다. 연금 생활자 중에는 자녀의 직장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하려는 이들이 많다. 피부양자가 되면 건보료는 내지 않고 건강보험의 혜택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부양자가 되려면 소득과 재산이 일정 수준 이하여야 한다. 하지만 연소득 기준이 2000만 원(월 167만 원)으로 낮아지면 노령연금 수급자 중 일부가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해 지역건강보험 가입자로 전환해야 할 수도 있다. 올해 3월 기준 노령연금을 160만 원 넘게 받는 수급자는 7만2246명이다.
[CHECK 2] 정률제 적용하면 소득보험료가 줄까
현재 지역가입자는 소득, 재산, 자동차를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때 소득은 97개 등급으로 나누고 등급별 점수를 부여한 다음 1점당 205.3원(2022년 기준)의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9월부터 이 같은 등급제를 폐지하고 직장가입자처럼 정률제를 적용해 소득의 6.99%(2022년 기준)를 보험료로 납부하게 된다. 소득 1등급을 예로 들어보자. 연소득이 100만 원 초과 120만 원 이하면 1등급으로 분류돼 82점을 부여받는다. 1점당 205.3원의 보험료가 부과돼 월 1만6835원을 납부한다. 연소득이 120만 원이면 월 10만 원을 버는 셈인데 보험료율이 16.8%가 되는 셈이다. 직장가입자 요율(6.99%)의 2배가 넘는다. 따라서 이들은 등급제 대신 정률제를 도입하면 보험료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소득 1등급부터 38등급에 해당하는 지역가입자가 보험료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소득 등급이 39등급 이상인 지역가입자는 정률제를 적용하면 보험료가 소폭 인상된다.
[CHECK 3] 연금소득인정비율 상향되면 보험료는 얼마나 늘까
그렇다면 정률제 적용에 따른 보험료 인하 요인과 연금소득 인정 비율 상향에 따른 보험료 인상 효과 중에서 어떤 것이 더 클까.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으로 받는 금액이 연간 4100만 원(월 342만 원)보다 적은 사람은 정률제 적용에 따른 인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국민연금 수급자 중에는 이보다 소득이 많은 사람이 없기 때문에 다른 소득이 없다면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수급자 중에서 고액 연금 수급자는 건보료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CHECK 4] 최저 보험료는 얼마나 오르나
고액 연금생활자만 건보료 부담이 느는 건 아니다. 연간 연금수령액이 400만 원(월 33만 원) 이하인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담도 소폭 커질 수 있다. 이는 직장가입자와 동일하게 지역가입자의 소득에 대한 최소 보험료 기준을 올렸기 때문이다. [CHECK 5]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연금소득이란
지금까지 9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으로 연금생활자의 부담이 늘어나는지 줄어드는지 살펴봤다. 연금으로 생활하는 지역가입자 대다수는 건보료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해 지역가입자로 전환하거나,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에서 고액의 연금을 받는 지역가입자의 부담은 일부 늘어날 수 있다. 그리고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소득이 많은 이들이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나지 않을까 염려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건보료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에는 부과하지 않고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소득에만 부과한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