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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감 인사번복’ 징계 놓고… 행안부-경찰 ‘책임 떠넘기기’

입력 | 2022-08-01 03:00:00

경찰, ‘파견’ 치안정책관 징계위 회부 “장관 지시받은 정책관 실책” 설명
행안부 “장관은 상의한적 없다”며 “이래서 ‘경찰국’이 필요” 반박하자
경찰청 “인사안 공유 안해” 긴급 진화
李장관, 울산경찰청 ‘달래기’ 방문… 행안부, 오늘 경찰국 인선 마무리




행정안전부 경찰국이 2일 공식 출범을 앞둔 가운데 ‘치안감 인사 번복’ 파문과 관련한 행안부와 경찰의 신경전이 재연됐다. 경찰이 행안부에 파견된 치안정책관에 대한 징계를 예고하며 “행안부 장관의 지시를 받은 치안정책관이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밝히자 행안부가 “치안정책관은 행안부 내부 인력이 아니라 경찰청에서 파견된 경찰공무원”이라고 반박하고 나선 것. 경찰이 한발 물러서며 확전은 피했지만 경찰국 출범 이후에도 갈등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 “고의성 없어 경징계 요구”
31일 경찰청에 따르면 인사 번복 논란을 조사한 국무조정실은 조사 결과를 지난달 11일 경찰청에 통보했다. 조사에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실과 협의한 인사안을 확인해 치안감 인사 절차를 진행하라”고 치안정책관(경무관)에게 지시했으나, 치안정책관은 지시와 다른 인사안을 경찰청에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치안정책관을 경징계(감봉, 견책 등) 의견으로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경찰청 인사담당관과 홍보담당관에 대해선 직권경고 처분만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한 국기문란’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단순 실수’로 결론이 난 것. 경찰청 관계자는 “다른 인사안을 보낸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고의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경징계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6월 21일 치안감 인사 번복 당시 경찰청은 “치안정책관이 최종안 이전 단계의 인사안을 우리한테 보내줘 혼선이 생겼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경찰청이 대통령 결재가 나기 전 자체 인사안을 공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 ‘행안부 장관 지시’ 놓고 또 신경전
징계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30일 경찰청 감사관실은 “인사안 혼선은 행안부 장관의 지시를 받은 치안정책관이 최종안을 확인할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치안감 인사 제청권을 행사하는 이 장관의 ‘지시’를 치안정책관이 받아놓고도 최종안을 확인하지 않은 만큼, 최종 책임은 경찰이 아닌 행안부에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행안부 장관의 잘못을 지적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이에 행안부는 입장문을 통해 “이 장관은 경찰 인사에 관해 치안정책관에게 도움을 받거나 서로 상의한 적이 없다”며 “치안정책관이 행안부 내부 인력이 아니라 경찰청에서 파견된 경찰공무원이라서 발생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책임이 경찰 측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 이어 “바로 이런 이유로 행안부 내 공식적이고 대외적으로 공개된 경찰 관련 지원 조직, 즉 ‘경찰국’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경찰청은 다시 입장문을 내고 “첫 입장에서 언급한 장관의 지시는 ‘인사를 차질 없이 진행하라는 지시’였음을 의미한다. 국무조정실 조사에서도 장관이 치안정책관과 인사안을 공유한 바는 없다(고 나왔다)”고 해명했다.
○ 경찰국 인선 1일 발표
한편 이상민 장관은 지난달 30일 오후 울산경찰청을 방문해 박성주 울산경찰청장을 만나며 ‘경찰 달래기’에 집중했다. 울산경찰청은 지난달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이 대기발령을 받은 곳이다. 이 장관은 경찰국 관련 협조를 당부했지만 류 총경에 관한 얘기는 일절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기자들에게 “경찰국 출범 후에도 일선 경찰관과 만나며 이해를 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김순호 치안감을 경찰국장으로 임명한 행안부는 1일 나머지 15명의 인선을 발표한다. 행안부 출신 4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경찰 출신으로 채워진다. 100% 경찰 출신으로 구성될 인사지원과는 과반을 비경찰대 출신으로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