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차익거래 주의 당부에도 최근 7조 이상 해외송금 사태 발생 적극 예방 나서지 않은 은행 도마에
금융감독원 모습. 뉴스1
최근 국내 은행권에서 이뤄진 7조 원 규모의 이상 외화 송금 거래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이미 1년여 전 5대 은행에 수차례 유사한 문제를 경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최근 거액의 이상 외화 송금이 연이어 발생한 것은 사실상 은행권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상태였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4월 신한, 우리, NH농협, 하나, KB국민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외환 담당 부서장을 상대로 화상회의를 열고 국내 가상자산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거래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당시 금감원은 이들 은행에 외환거래법상 확인 의무나 자금세탁방지법상 고객 확인 제도, 가상자산거래소가 거래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지를 확인하는 강화된 고객 확인(EDD) 제도 등을 철저히 준수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외국환 거래 운영 협의회’를 별도로 열고 관련 유의 사항의 준수를 당부했고, 고객 확인 강화를 위한 증빙 서류 점검 등 실무 지침의 개정을 건의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최근 신한은행(2조5000억 원)과 우리은행(1조6000억 원)을 비롯해 은행권은 7조 원에 달하는 이상 해외 송금 사태를 막지 못했다. 은행들이 수수료 수익 등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적극적인 예방에 나서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달 29일까지 주요 시중은행 및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등으로부터 이상 외환 거래와 관련한 자체 점검 결과를 제출받아 분석에 들어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외환거래법이나 자금세탁방지법 등을 준수했는지 중점적으로 살펴서 문제가 있다면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