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을 러시아의 주요 안보 위협으로 규정한 새 해양 독트린에 서명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해군의 날 기념식 참석에 앞서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러시아의 새 해양 독트린에 서명했다.
해양 독트린은 러시아 해양 정책의 우선 순위를 규정한 최상위 전략 계획 문서다. 2001년 처음 제정됐다.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병합 등 국제정세의 주요 변화 국면에서 개정해 왔다.
새 해양 독트린에는 나토의 군사 시설이 러시아 국경 인근까지 확장하는 것과 러시아 인접 해역에서 나토 군의 합동훈련이 증가하는 것을 러시아의 주요 안보 위협으로 규정했다.
미국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들이 해군력 우위를 바탕으로 러시아의 해상 진출로 제한을 시도하는 것을 경계하며, 북극해 일대의 러시아 해군의 활동 강화를 전략적 방향으로 제시한 것이 큰 변화라고 타스 통신은 소개했다.
이외에도 북극해 인근 노르웨이령인 스피츠베르겐 섬과 프란츠 호세프 제도, 러시아령인 노바야 제믈랴 제도, 동시베리아해 인근 브랸겔섬까지 러시아 해군의 활동 영역 확장에 나서겠다는 내용도 독트린에 새로 명시했다.
독트린은 “이러한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에 따라 세계 여러 해양에서의 국가안보와 국익을 보장하기 위해 러시아 해군의 작전·전투 능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정책적 의지도 함께 담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해군의 기념식 연설에서 개발 마무리 단계에 있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치르콘’을 향후 몇 개월 안에 북해함대 소속 4500t급 호위함에 실전 배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해군의 날 기념 연설에서 치르콘 미사일과 관련해 “향후 몇 달 안에 고르시코프급 호위함에 인도될 것”이라며 “실전 배치 지역은 러시아의 이익에 따라 달려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러시아 해군의 능력”이라며 “그것(치르콘 미사일)은 우리의 주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모든 국가에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르시코프급 호위함은 북방함대에 배속된 러시아 해군의 4400t급 최신 호위함이다. 앞서 러시아 군은 지난해부터 북극해와 바렌츠해 인근에서 잠수함·호위함 등 발사 플랫폼을 바꿔가며 치르콘 순항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시험 해왔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소치에서 주재한 국방 관계자 회의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치르콘의 개발이 완성 단계에 있다며 2022년 안에 실전 배치를 마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