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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자가면역간질환’ 발생, 국내 첫 확인”

입력 | 2022-08-01 15:38: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자가면역간질환이 발생한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자가면역간질환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본인의 간세포를 유해한 것으로 오인해 스스로 염증을 만드는 질환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순규 교수가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환자의 간 조직을 검사한 결과, 자가면역간질환을 일으키는 T세포가 발현됐음을 증명했다고 1일 밝혔다.

이는 올 4월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간장학 저널(Journal of Hepatology)’에 발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특이 ‘CD8+ T세포’가 간 손상을 유발하며 이로 인해 자가면역간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뒷받침 하는 국내 첫 사례다. 자가면역성간염과 원발성담즙성 담관염이 동시 발생하는 ‘간 중복증후군(Overlap syndrome)’은 세계 최초 보고다.

동아일보DB

연구팀에 따르면 환자는 기저질환이나 술, 간질환 약을 복용한 이력이 없는 57세 여성이다. 이 여성은 1회 차 백신을 접종하고 2주 뒤 피곤함과 함께 전반적으로 기력이 약해져 병원을 찾았다.

신체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그간 정기 건강 검진을 받았을 때도 이 환자의 간 기능 수치는 정상으로 나왔지만, 이번에 병원을 찾아 시행한 혈액검사에선 간질환을 진단하는 간 수치들의 상승 소견이 확인됐다.

원인 감별을 위해 시행한 검사에서 A, B, C, E 간염과 거대세포 바이러스(cytomegalovirus), 단순 헤르페스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1·2형 등의 바이러스성 간염 검사 결과들은 음성이었고, 간 초음파에서도 특이 소견은 없었다. 반면, 자가항체 검사에서 항핵항체 양성, 항미토콘드리아 항체 양성을 보여 간 중복증후군을 포함한 자가면역간질환이 의심됐다.

진단을 위해 진행한 간 조직 생검 결과, 면역세포인 T세포가 간문맥에 집중되며 침윤을 일으키고 간 조직을 괴사시키는 것이 확인됐다. 또한 간문맥의 염증과 괴사가 문맥 주변까지 확장돼 보이는 계면간염 및 비화농성 담관염 소견을 보였다. 연구팀은 자가면역간질환의 세부 질환인 자가면역성간염과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이 동시에 진행되는 간 중복증후군임을 확인했다.

환자의 간 혈관에 괴사가 진행되는 모습.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환자는 고용량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을 포함하는 적절한 치료를 받은 뒤 2주 만에 정상 간 수치를 회복했다.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순규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백신 이후 면역반응에 의한 간 손상, 간 기능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기전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따라서 환자 진료 시에 자세한 문진과 검사를 통해 이를 감별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는 “본 논문은 백신 이후 간 중복증후군에 대한 최초 보고로, 면역 반응과 면역 간질환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과 확인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간질환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자가면역간질환이 발병하면 초기에 피로감, 오심, 구토, 식욕 부진이 나타난다. 황달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일부 환자는 증상이 전혀 없기도 해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부종, 혈액응고 장애, 정맥류 출혈과 같은 합병증이 진행되고서야 병원을 찾는 사람도 있다.

자가면역간질환은 병변 부위에 따라 간세포가 손상되는 자가면역감염과 담도 및 담도세포가 손상되는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자가면역간염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15년 내 환자의 절반가량이 간경변증으로 발전된다. 따라서 조기에 진단해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간장학 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