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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여고생들 만화왕국 日서 ‘만화 고시엔’ 우승

입력 | 2022-08-02 03:00:00

日 최대 규모 고교 만화경연대회
전남여고 학생 4명 최우수상 받아
179개교 참여… ‘상냥한 세계’ 주제
‘문신 남성, 외모로 판단 안돼’ 그려



지난달 31일 일본 고치현에서 열린 ‘만화 고시엔’에 화상으로 참가한 전남여고 이채은 김혜령 송의연 김서영 학생(왼쪽 사진 왼쪽부터)이 수상 결과가 나온 뒤 작품을 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전남여고 제공


‘만화의 왕국’ 일본에서 열린 전국 고등학생 만화경연대회에서 한국 고교생들이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지난달 31일 일본 고치현에서 열린 ‘제31회 만화 고시엔’ 결승전에서 광주 전남여고 학생들이 1위에 오른 것이다. 결승전에 진출한 20개 학교 중 한국 학교는 전남여고가 유일했다. 이번 대회에 화상으로 참석한 김서영 송의연 양(3학년)과 김혜령 이채은 양(2학년)은 결과가 발표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글썽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학생들은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영광이다”라며 “(본선이 열린 이틀이) 정말 길고도 짧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만화 고시엔은 1992년 시작돼 신인 만화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일본 최대 규모의 고교 만화경연대회다. 만화 ‘호빵맨’의 작가 야나세 다카시를 배출해 ‘만화의 도시’로 불리는 고치현에서 매년 열린다. 올해는 일본 국내외에서 179개 학교가 참가했다. 경연은 주어진 주제를 5시간 30분 동안 종이 한 장에 표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5년 전인 2017년 대회에서는 한국 최초로 전남예고가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상냥한 세계’를 주제로 열린 이번 결승전에서 전남여고 참가자들은 일본의 전철역에서 길을 잃은 학생들이 문신을 한 남성에게 도움을 받는 에피소드를 통해 ‘사람을 외모가 아닌 내면의 모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표현했다. 학생들은 처음에 “일본 야쿠자다!”라며 겁을 먹지만, 알고 보니 그 문신은 대회장까지 가는 길을 안내하는 지도였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상냥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문신을 활용해 반전이 있는 재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1위 수상자에게는 상금 30만 엔(약 295만 원)과 고급 물감 등의 상품이 주어진다. 김서영 양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외국 학교인 데다 원격으로 참가해서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다”며 “얼떨떨하지만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미술과 애니메이션 분야 진학을 꿈꾸고 있는 이들은 “상금을 받으면 부모님께 드리고 싶다” “미술도구를 사고 싶다”며 들뜬 구상을 내놨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