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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의원 비난할 플랫폼” 제안에… 당내 “악성팬덤 정치 부추겨”

입력 | 2022-08-02 03:00:00

박용진 “숫자로 반대의견 겁박 의도”
조응천 “이게 ‘새로운 민주당’인가”
李 “소통 제안했는데 취지 왜곡” 반박



7월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 정치교체 추진위 당대표 후보자 초청 공개토론회에서 이재명, 박용진, 강훈식 후보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인 이재명 후보(사진)가 “욕하고 싶은 의원을 비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이 후보가 이른바 ‘개딸’들을 필두로 한 강성 팬덤 정치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 후보와 당권 경쟁 중인 박용진 후보는 1일 페이스북에 이 후보의 제안에 대해 “자신과 반대의견을 내놓는 소신을 숫자로 겁박하고자 하는 의도”라며 “의원들을 겁박하고, 악성 팬덤으로 의원들을 향해 내부 총질로 낙인찍는 당 대표가 나오면 민주당은 ‘이재명의 민주당’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강훈식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 “비난과 항의 숫자를 줄 세우는 것은 민주주의 강화가 아닌 퇴행일 수밖에 없다”며 “자칫하면 이는 온라인 인민재판과 같이 흐를 우려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강 후보를 공개 지지한 조응천 의원도 페이스북에 “강성 당원들 생각과 다른 발언을 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군에 속하는 저로서는 영업사원 실적 막대그래프를 쳐다보는 것 같아 ‘쫄리지’(겁먹지) 않을 수 없다”며 “진정 이게 ‘새로운’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길이라 생각하느냐”고 성토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당원들이 당에 의사를 표현할 통로가 없어서 의원들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문자를 보내는 것”이라며 “당에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서 욕하고 싶은 의원을 비난할 수 있게 한 다음에 ‘오늘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의원’ ‘이달 가장 많은 항의를 받은 의원’ (꼽기) 등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31일 대구에서도 “국민들과 당원들의 적극적인 활동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야말로 문제”라며 강성 지지층을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 후보 측은 1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당원과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의사결정 직접 참여를 위한 온라인 소통 플랫폼을 제안한 것”이라며 “이를 ‘의원 욕할 플랫폼’이라고 하는 것은 발언 일부만을 갖고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