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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대통령 따라다닌 ‘가방맨’ 정체는?[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입력 | 2022-08-02 11:50:00

가방 분실 후 혼비백산 “적의 손에 넘어가면 우리는 끝장”
건강 부실 대통령들을 괴롭힌 질병 알아보니




최근 매사추세츠 주 발전소에서 연설을 한 뒤 악수를 나누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다음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백악관 홈페이지



“I’m on my way to recovery.”(회복 중이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고령에 총4차례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돌파감염, 재감염까지 된 케이스여서 국정 공백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다행히 증세가 경미해 정상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첫 확진 닷새 후 기자들과의 화상대화에서 “I’m on my way to recovery”라고 했습니다. 증세가 호전되기 시작하니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on my way to’는 ‘가는 길이다’ ‘하는 중이다’라는 뜻으로 어떤 활동을 진행 중이거나 시작할 때 씁니다. 회사에 가는 길이면 “on my way to work,” 집에 가는 중이면 “on my way home”이 됩니다. 장소 뿐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처럼 ‘recovery’(회복), ‘success’(성공) 등 추상적인 의미의 단어와도 쓸 수 있습니다.


리더의 건강은 중요합니다. 부하들을 통솔해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리더의 신체 및 정신 건강이 받쳐줘야 합니다. ‘메디케어 서플리먼트’라는 미국 의료정보 사이트가 식습관, 운동습관, 질병기록 등을 종합해 역대 대통령들의 건강도를 조사한 결과 우리에게 친숙한 현대 시대의 대통령들 중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미 카터, 해리 트루먼 대통령 등도 A학점을 받았습니다. 반면 D학점, F학점의 불명예를 안은 대통령들도 있습니다. 건강이 부실했던 대통령들과 이들을 괴롭힌 질병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허리수술 후 목발을 짚고 이동하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존 F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



“If the wrong people got hold of the bag, it would be murder.”(만약 가방이 잘못된 사람들 손에 넘어가면 끝장이다)


건강이 안 좋은 것으로 치자면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막상막하입니다. 둘 다 현대 대통령 중에는 가장 낮은 D학점 그룹에 속합니다. 우선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케네디 대통령은 10대 시절에는 위궤양, 대장염, 에디슨병(부신피질기능저하증) 등을 앓았고 성년이 된 후에는 요통과 각종 염증,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했습니다. 대중 앞에서는 열변을 토하지만 무대 아래로 내려오면 통증 때문에 쓰러질 정도로 괴로워했습니다. 퓰리처상을 받은 저서 ‘Profiles in Courage’(용기 있는 사람들)도 케네디 대통령이 1954년 허리수술 후 병상에서 쓴 것입니다.

케네디 대통령 옆에는 항상 ‘수상한 가방’을 든 보좌관이 따라다녔습니다. 자주 아픈 그를 치료할 때 쓰는 ‘medical support’(의료지원) 가방이었습니다. 1960년 대선 때 코네티컷으로 유세를 나갔다가 이 가방을 잃어버렸습니다. 가방에는 구급상비약 정도가 아니라 간단한 수술도구, 의료보조장비, 진찰기록 등도 들어있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에게는 긴급 상황이었습니다. 가방의 내용물이 중요해서가 아니라 가방이 ‘적’의 손에 흘러들어 갈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경쟁자였던 리처드 닉슨 진영이 가방을 입수하면 케네디의 건강 상태가 들통이 날 뿐 아니라 그가 내세우던 ‘젊음’ ‘활력’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었습니다. 전기 작가 허버트 파멧의 저서 ‘JFK’(1983)에 따르면 케네디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리비코프 코네티컷 주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가방을 찾으라”는 특명을 내렸습니다.

중요한 물건이 잘못된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는 상황을 ‘wrong people get hold of’라고 합니다. ‘get hold of’는 ‘손에 넣다’는 뜻입니다. ‘get rid of’(없애버리다)의 반대말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상황의 위중함을 알리기 위해 ‘murder’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물론 진짜 살인이 벌어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잘못 되면 큰일이다’ ‘끝장이다’라는 뜻의 관용적 표현입니다. 다행히 가방은 케네디 대통령의 손에 무사히 돌아왔다고 합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5년 대장암 수술 후 병원에서 보좌관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



“My heart sank as he looked lost for words.”(말을 잊은 그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70세에 대통령이 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는 정신건강 논란이 따라다녔습니다. 대중적 인기가 높았던 레이건 대통령이 그 이면에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었는지는 지금도 논란이 분분합니다. 공식적으로는 퇴임 8년 후에 알츠하이머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임기 중에, 또는 그전부터 이상 신호가 있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둘째 아들 론 레이건의 저서 ‘My Father at 100’(2011)에는 임기 초부터 단어를 자꾸 잊어버리고 표현을 못하는 레이건 대통령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말을 해야 할 상황에서 못하는 것을 ‘lost for words’라고 합니다. 기억력 감퇴로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기쁨 충격 등으로 인해 말문이 막힐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쓸 수 있습니다.

‘싱크홀’처럼 ‘sink’는 ’내려앉다‘는 뜻입니다. ‘heart sink’는 ‘마음이 내려앉다’, 즉 ‘낙심하다’입니다. 부엌 ‘싱크대’도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싱크대는 콩글리시처럼 들리지만 미국인들도 ‘sink’(싱크)라고 합니다. ‘kitchen sink’라고 하면 더 정확합니다.

임기 중에도 알츠하이머로 고생했다는 둘째 아들의 주장은 레이건 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았습니다. ‘great communicator’(위대한 소통가)라는 이미지에 타격을 주기 때문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의 맏아들 마이클 레이건은 “아버지 탄생 100주년에 모욕을 선물한 것이냐”며 동생을 비난했습니다.

2016년 대선 2개월 전 TV ‘닥터 오즈 쇼’에 출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맏딸 이방카. ‘닥터 오즈 쇼’ 홈페이지



“I had my appendix out when I was 11. That was the last time I was in a hospital.”(11세 때 맹장수술 받은 이후로 병원에 가본 적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C학점 그룹에 속했습니다. 케네디, 레이건 대통령보다는 낫지만 자랑할 정도의 좋은 건강 상태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2016년 그가 대권 도전을 선언하자 건강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왔습니다. 패스트푸드를 즐기고 골프 외에는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내는 생활습관 때문에 비만과 각종 성인병 위험이 컸습니다. 건강검진 기록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묵살하던 그는 대선을 2개월 앞둔 시점에 ’닥터 오즈 쇼‘라는 TV 의료 프로그램 출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행자인 메르멧 오즈 박사에게 주치의로부터 받아온 2장짜리 진단서를 건넸습니다. 이를 훑어본 오즈 박사는 “직무 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훌륭한 건강 상태”라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신이 난 트럼프 대통령은 “11세 때 맹장 수술 이후로 병원에 가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70세였던 그가 11세 이후로 59년 동안 병원에 가본 적이 없다는 주장은 누구도 믿기 힘들었습니다. 주치의가 발급했다는 진단서의 진위 여부도 의심을 받게 됐습니다.

‘병원 영어’를 잘 구사하려면 대표적인 병명을 알아두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그 앞에 “I have” “I’ve got” 등을 붙여주면 됩니다. sore throat(인후통), high fever(고열), upset stomach(소화불량), diarrhea(설사), bruise(타박상) 등이 대표적인 증상들입니다. ‘맹장’은 ‘appendix’(어펜딕스)입니다. 맹장 수술을 받았다면 “I had my appendix removed(또는 out)”이라고 합니다.

● 명언의 품격

19세기 말 유럽에서 유행했던 소아마비가. 20세기 초 미국을 강타했습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소아바미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운데 1921년 39세의 프랭클린 루즈벨트도 성인으로는 드물게 진단을 받았습니다.

다리가 완전히 마비된 그는 좌절하지 않고 재활훈련을 마친 뒤 정치활동을 이어가 미국 유일의 3선 대통령이 됐습니다. 휠체어를 특수 제작해 일반 의자처럼 보이게 했고, 서있어야 할 때는 보조인들에게 자연스럽게 부축하도록 했습니다. 그를 곁에서 돌봤던 엘리너 루즈벨트 여사는 남편의 소아마비를 “blessing in disguise”라고 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강한 정신력을 가졌기 때문에 질병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강한 정신력을 갖게 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소아마비는 불행이 아니라 감춰진(in disguise) 축복(blessing)이라는 의미입니다. 사자성어로 ‘전화위복’을 뜻합니다.

소아마비 재활 치료를 위해 부인 엘리너 여사와 함께 조지아 주 웜스프링 온천을 자주 찾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도서관



“You must do the thing you think you cannot do.”(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라)

엘리너 여사의 저서 ‘You Learn by Living’(1960)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1945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이 자주 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I have lived through this horror. I can take the next thing that comes along”에 이어지는 구절입니다. 소아마비라는 공포에 맞서는 과정에 삶의 어떤 두려움도 이려낼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내용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남긴 최고의 명언 “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와 일맥상통합니다.

●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통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맏딸 캐럴라인 케네디가 최근 호주 주재 미국 대사에 취임했습니다. 취임 기자회견에 많은 호주 언론이 몰렸습니다. 중국 견제부터 바이든 대통령 확진 판정까지 다양한 질의응답이 오가는 가운데 돌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호주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열린 캐럴라인 케네디 대사 취임식. 주호주 미국 대사관 홈페이지




“Did you just talk over the woman?”(방금 저 여성이 발언하는 중에 끼어들었나요?)


한 여성 기자가 캐롤라인 대사에게 질문을 하는 중에 남성 기자가 더 큰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며 끼어들었습니다. 앞선 기자의 질문은 나중에 끼어든 기자의 질문에 묻히게 됐습니다. 캐럴라인 대사는 두 기자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끼어든 기자에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어 앞서 질문했던 기자에게 다시 질문 기회를 줬습니다.

‘talk over’는 뒤에 나오는 목적어가 사물인지 사람인지에 따라 뜻이 달라집니다. 사물이나 주제가 나오면 ‘토론하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나오면 발언이 진행되는 중에 다른 발언이 ‘끼어들다’는 의미입니다. 열띤 분위기의 회의나 수업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상대의 말을 자르고 끼어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만약 내가 발언하는 중에 누가 가로채려고 한다면 “Don‘t talk over me”라고 경고하면 됩니다. 기자회견에서 끼어든 기자는 나중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무례했다고 사과했습니다. 호주 언론들은 캐럴라인 대사가 “취임 첫날부터 ’lesson in manners‘(예절의 교훈)를 알려줬다”고 전했습니다.

●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그의 고령에 대한 우려가 나왔습니다. 정치인에게 2022년 1월 10일 소개된 고령 정치인의 고민에 대한 내용입니다.


▶2022년 1월 10일자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20110/111165416/1


1980년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대결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월터 먼데일 민주당 후보. 미 의회방송 C-SPAN 홈페이지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 도전 의사를 밝혔습니다. 2024년 재선에 성공한다면 미국은 82세 대통령을 맞게 됩니다. 대통령은 진취적으로 국정을 수행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고령은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고령으로 대권에 도전한 정치인들의 ’나이 문제 대응법‘을 알아봤습니다.

“I’m a great respecter of fate.” (나는 운명론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운명론을 꺼내들었습니다. 자신을 ‘운명을 존중하는 사람(respecter of fate)’이라고 했습니다. 고령이지만 또 한 번의 대통령 도전이 운명이라면 순응하겠다는 뜻입니다. ‘respecter’는 ‘respect’(존중하다)를 의인화한 명사형입니다. ‘no respecter of persons’라는 관용구 형태로 많이 쓰입니다. ‘사람을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적용된다’는 의미입니다. 대표적으로 ‘Death is no respecter of persons.’(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I’m cognitively there.”(나의 인지력은 문제없다)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4세에 재선에 도전하면서 자신의 인지력(정신건강)이 국정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인지력 검사 결과를 자랑하며 “나는 인지적으로 정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존재를 나타내는 ‘be’ 동사 다음에 먼 곳을 나타내는 ‘there’(거기)가 나오면 ‘목표에 도달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I’m not going to exploit for political purposes my opponent’s youth and inexperience.”(나는 상대의 젊음과 경험 부족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

1984년 73세에 재선에 나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적수였던 56세의 월터 먼데일 민주당 대선 후보가 나이를 문제 삼자 “나는 상대의 젊음과 경험 부족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많은 나이를 귀중한 정치 자산으로 만들며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대선후보 토론에서 나온 명언 중의 명언으로 꼽힙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정신건강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이렇게 재치 있는 발언을 할 수 있을 정도면 나라를 이끌어도 문제가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었습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