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WB “우크라전 이후 레바논 식량가 332% 폭등”…개도국 최대 피해

입력 | 2022-08-02 11:07:0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상당수 개발도상국에서 식량 가격이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5개월 만에 재개됐지만 이미 악화한 글로벌 식량난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세계은행(WB)은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레바논의 식량 가격 상승률이 332%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짐바브웨의 식량 가격 상승률도 255%에 이르렀고, 베네수엘라와 튀르키예도 각각 식량 가격이 155%, 94% 치솟은 것으로 조사됐다.

레바논은 2020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식량 창고 폭발로 곡물 저장 및 공급 능력이 마비돼 피해가 가장 컸다고 WB는 설명했다.

WB는 최근 몇달 동안의 식품 가격 급등이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국가를 포함한 대부분의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북미, 라틴아메리카, 남아시아, 유럽, 중앙아시아에서 영향이 컸다.

다만 치솟던 국제 곡물 가격은 지난 6월 이후 극적으로 내리고 있다고 WB는 설명했다.

실제 전날 기준 밀 선물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시점인 2월 24일 수준을 회복했고 옥수수 가격도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곡물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수출도 재개되며 곡물 시장이 안정을 찾을 지 주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밀, 보리, 옥수수의 주요 수출국이었지만 러시아의 흑해 봉쇄로 수출이 중단됐고, 지난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곡물 수출 재개에 합의했다.

이날 2만6000 t의 옥수수를 실은 시에라리온 국적 화물선 라조니호가 오데사항에서 출항해 레바논으로 향했다.

또다른 16척의 곡물 수출선도 추가로 출항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는 매달 500만t씩의 곡물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가 세계적인 식량 위기에 미칠 영향이 미미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쟁과 코로나19 대유행 여파, 기후 변화가 촉발한 위기의 규모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45개국에서 5000만명에 달하는 인구가 기근 위기에 처해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세계 인구 10분의1에 해당하는 8억2800만명이 영양실조에 빠졌다고 추산했다.

구호 전문가들은 4년 동안의 가뭄으로 1800만명이 극심한 기아에 직면한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이나 인구의 절반 이상이 충분히 먹지 못하는 아프가니스탄 같은 곳에 우크라이나 곡물이 얼마나 전달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FAO는 빈곤국이 곡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구호단체를 위한 식량 비축, 새로운 금융기관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막시모 토레로 FAO 수석 경제분석가는 세계 시장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곡물이 늘어나면 가격이 낮아져 소비자에 혜택을 주지만, 이미 비싼 비료를 사용해 농작물을 심은 가난한 농부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세계 강대국들은 기아 위기에 대해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사만다 파워 미국 국제개발처 국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세계 가난한 사람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주 아프리카 순방에서 식량 가격 폭등을 서방 탓으로 돌렸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