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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北정권엔 ‘불편한 진실’, 주민엔 생존문제…국제사회 나서야”[화정안보인터뷰]

입력 | 2022-08-02 12:28:00

5년 만에 북한인권대사 임명된 이신화 고려대 교수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이하 북한인권대사)로 발탁돼 7월 28일 박진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 명의의 임명장을 받았다. 2016년 시행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6년 9월 이정훈 초대 대사가 취임했으나 1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뒤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5년간 공석이었다. 북한인권대사는 각 분야에 전문성과 인지도를 갖춘 인사에게 대사 직명을 부여해 외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외직명 대사’로 비상근 무보수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공조를 강화하겠다”며 북한인권법의 충실한 집행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 참여 등을 공약했다. 이 교수를 북한인권대사에 임명한 것은 공약을 실천하는 것이자 유명무실화된 법 제정 취지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이 교수는 국제연합(UN) 등 국제기구 관련 업무를 수년간 수행한 다자외교안보 전문 국제정치학자로 ‘인간안보(human security)’ 등 보편적 시각에서 북한 인권을 접근해야 한다는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남북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민감한 이슈인 북한인권을 담당하는 중책을 맡긴 데는 이 같은 활동 경험 등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교수는 임명장을 받은 직후 외교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와 대학 연구실에서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인권대사직 임명의 의미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밝혔다.


Q. 남북한 화해와 협력, 교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시절 한국 정부는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에도 참여하지 않는 등 북한 인권 문제는 방치되어 있었다.

A. 북한인권대사 임명은 윤석열 정부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측면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 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믿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헌법에 나와 있는 것처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민주공화국이다. 민주주의는 인권 발전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해왔다.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증진하는 것은 정권의 성격이나 정치적 목적 등 어떤 이유에서도 타협할 수 없는 목표다.

우리 모두는 남북한이 전쟁 없이 평화롭게 공존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북한 주민의 인권 유린까지 외면하고 침묵하는 것은 글로벌 중추국가이자 4반세기 만에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이뤄 많은 국가의 모델이 되는 대한민국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다. 그건 민주국가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다.

오준 전 유엔 대사님의 말처럼 우리에게 북한 주민은 아무나가 아니다. 박진 장관님이 “북한 인권은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한 것도 같은 의미다.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북한 정권에게 매우 민감한 이슈지만 북한 주민에게는 절실한 생존 문제다. 5년간 자리를 비워놓아 임명 시기가 이미 상당히 늦었지만 뜻 깊은 일이고 대사직에 무게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Q. 북한인권대사로서의 활동 방향으로 ‘두 가지 트랙’을 제시한 것이 눈길을 끈다.

A. 북한인권의 활동 방향은 크게 보면 ‘책임 규명’(accountbility)과 ‘국제적 관여’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책임 규명은 북한인권상황을 기록해 공식 문서로 보존하는 것이다. 가해자나 책임자에 대한 책임 추궁이나 처벌이 당장은 불가능해도 추후에 사용 가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2013년 유엔인권이사회 결의로 설치되고 2014년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정권에 의한 인권침해와 책임규명 문제가 분명히 적시되어 있다. 그 결과로 2015년 6월 서울에 설치된 것이 유엔서울인권사무소다.

둘째, 국제적 관여인데, 이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적극적인 참여’(assertive involvement)이다. 한국 정부는 인류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수호에 대한 일관적 입장을 가지고 ‘아무나가 아니고 남의 일이 아닌’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론화에 있어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2019년부터 3년간 유엔 대북인권결의안에 한국 정부가 침묵했다. 박진 장관이 공동 발의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것을 환영 지지한다.

한 가지 덧붙이면 유엔서울인권사무소는 유엔 관할의 주요 인권 국제기구로 일본, 태국 등과의 경쟁 끝에 어렵게 유치했는데 그에 비하면 그동안 정부차원에서 협력노력이 미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이래 사무소 대표도 공석이라 조속한 임명이 필요하다. 향후 장·차관이 사무소 대표와 회동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등 한국 정부가 보다 높은 관심을 가지고 이 기구를 활용하고 활발한 교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인권대사로서 곧 사무소를 찾아 관계자를 만나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다.



Q. ‘국제적 관여’에 있어 인도적 지원 등을 포함한 북한과의 ‘건설적 관여’(constructive engagement)를 강조했다. 북한에게 인권은 압박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인권의 잣대를 대면서 지원을 강조하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A. ‘건설적 관여’란 국제적 관여 활동 속에 ‘대북 인도적 지원’을 포함하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책임규명 만을 강조하면 북한과 관계가 경색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책임규명이라는 굳건한 원칙 하에 제재와 지원을 적절하게 섞어서 인권개선을 위한 최적점을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것도 인권증진의 중요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Q. 북한인권대사로서 중점을 두고 추진할 구체적인 활동들을 소개해 달라.

A. 첫 번째는 통일부 주도로 추진되는 북한인권재단의 출범이다. 2016년 북한인권법에 설치 규정을 두고 있으나 아직까지 방치되어 있다. 북한인권대사 주무부서는 외교부이지만 여러 부처와 협력하고 여야 의원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 재단 설립이 추진됐으면 한다. 특히 지난 5년간 외교부, 통일부, 국정원, 법무부, 국방부 등 북한인권과 관련한 각 부처의 기능들이 축소되거나 와해되었는데 이러한 기능들을 부활시켜 부처간 시너지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미국과의 공조다.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북한 인권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다.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당시인 2009년 임명되었던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물러난 2017년 이후 아직까지 공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특사를 임명하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 설사 임명하더라도 특사 인준안이 상원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미국도 조속히 특사를 임명하여 같이 공조방안을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세 번째는 유엔과의 긴밀한 협조다. 한국과 미국에서 북한인권대사나 특사자리가 공석이었던 기간에도 유엔은 ‘유엔북한인권 특별보고관(special rapporteur)’을 꾸준히 유지했다. 신임 보고관 엘리자베스 샐먼 대사가 1일 임기를 시작해 8월 중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과 유엔의 대북인권대표의 임기가 비슷하게 시작한 가운데, 미국의 특사도 하루 속히 임명되어 3자 협력이 이뤄지면 좋겠다.

(로버트 킹 전 특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이 교수의 북한인권대사 임명에 대해 “한국 정부가 더 적극적인 인권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신호라고 본다”고 환영을 나타냈다.)


Q. 한국, 미국, 유엔 이외에도 북한 인권과 관련해 추진할 국제사회와의 협력은 어떤 것들이 있나.

A. 유럽연합(EU)의 북한 인권 활동은 매우 적극적이고 일관돼 한국이 해야 할 일을 EU가 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한국 대중들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세안도 ‘아세안 정부간 인권위원회(Asean Intergovernmental Commission on Human Rights)’가 있다. UN의 보고관은 아르헨티나에 이어 남미의 페루 출신이 맡았다. 앞으로 남미에도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싶다. 국제사회는 ‘생각이 같은 국가들(like-minded)’ 못지않게 ‘생각이 같지 않은 나라들(unlike-minded)’과 협력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압력과 지원’의 두 가지 트랙으로 북한 인권증진을 추진하는데 보다 광범한 지지를 얻고 설득력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Q. 북한인권대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북한 인권’이라고 하면 그 범위가 북한 주민들의 생활환경이나 정치범 수용소의 인권 침해 등 북한 내부에 국한되나.

A. 북한인권법의 북한인권기록센터 활동 범위가 참조가 될 것 같다. 자료와 정보를 수집 연구 보존 발간하는 범위가 예시되어 있다. 북한 주민의 인권 실태뿐만 아니라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과 관련한 사항이다. 통일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도 있다. 북한인권대사의 책무로 탈북자와 북한 내 인권 뿐 아니라 국군포로, 납북자, 억류자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모색해야한다고 생각한다.


Q. 2019년 11월 강제 송환된 어민 2명에 대한 인권 침해 논란이 뜨겁다. 귀순 의사를 무시하고 강제 북송해 처형당하게 한 것은 반인도적 처사였다는 비판이 높다.

A. 한 장의 사진이 1000마디 얘기를 대변한다. 국제 강제송환 금지 원칙인 ‘농 르프르망(non-refoulement)’과 북한인권법 이행의 시각에서 봐야 한다. 탈북민의 망명이나 귀순 의사는 정부가 자의적으로 정권의 성향에 따라 판단하면 안되고 사법부가 담당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든다. 정권에 따라서 자의적 판단을 못하도록 이번 기회에 명문 규정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분명히 귀순 의사를 밝혔으면 일단은 우리 국민이다. 설사 우리 국민으로 간주하지 않거나 흉악범이라 하더라도 대한민국에 엄연한 사법제도가 있는데 여기서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이 먼저 고려되었어야한다. 물론 북한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탈북민에 대한 법적 조치와 관련해서는 한국 국내법의 미비한 점들을 정비할 필요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금 조사 과정에서 변호사 선임, 무죄 추정의 원칙 등 적법한 절차가 보장됐는지 책임규명이 필요하다.

2014년 COI 보고서는 북한에서 다수의 사람이 처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의적 사형이나 고문, 학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재판 등으로 비판받는 북한으로 송환하면 심각한 인권 침해가 자행될 것이 뻔하다. 사형제 폐지를 적극 지지했던 지난 정권에서 북한으로 적법한 절차 없이 북한 주민을 강제 송환한 것은 국제법도 위반한 것이다. 강제송환금지 원칙은 국제인권법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원칙이다. 유엔고문방지협약에 가입비준한 당사국인 한국이 그 협약에 명기된 ‘어떠한 당사국도 고문 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개인을 추방, 송환 또는 인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어긴 것이다. 백범석 경희대 교수에 따르면, 여기서 개인은 비범죄인, 난민과 같은 조건이 붙지 않고, ‘사람이기만 하면’ 예외 없이 적용받을 수 있어야 한다.


Q. 북한인권대사를 지명한 시기가 서해에서 북한에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과 어민 강제 북송 논란이 높을 때라며 일각에서 신북풍몰이라고도 주장한다.

A. 윤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북한인권대사를 취임 후 바로 임명,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인권의 실질적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약했다. 북송 논란 등으로 인해 지금 임명한 것이 아니고, 공약을 지킨 것이다.


Q. 북한인권대사는 국내외 북한 주민 및 탈북자 인권 관련 단체들과도 활발한 교류가 예상된다.

A. 국내적으로는 통일부에 등록된 탈북자 관련 단체가 34개로 알고 있다. 서울시에도 여러 단체가 등록되어 있다. 임명장을 받고 처음 한 일이 이들 단체의 관계자들을 만나 여러 의견을 경청한 것이고, 앞으로도 이들 단체들, 그리고 국내 및 국외에 있는 북한인권이나 여성, 아동, 장애인 이슈 등을 다루는 국제기구 및 시민단체들과의 교류협력을 확대해나가겠다.



Q. 국제정치 전문가이지만 국제법이나 인권법이 전공은 아니다. 북한인권대사로 임명된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A. 유엔에서 일할 때 난민문제를 다뤘다. 난민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국제정세가 더 불안해 진다는 것이 지론이다. 1995년 한국에서 탈북자를 환경난민으로 규정하고 국제적 보호를 해야 한다는 논문을 쓴 이래 탈북자 문제나 북한인권 문제를 ‘공포로부터의 자유’(freedomj from fear)와 ‘궁핍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want)라는 ‘인간 안보(human security)’의 측면에서 봐야한다는 주장을 1990년대 말 이래 꾸준히 펼쳐왔다.

(이 교수는 북한 및 국제협력 관련 저서와 연구논문을 다수 집필하고, 유엔 르완다 독립조사위 사무총장 특별자문관, 유엔 사무총장 평화구축기금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고, 현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한국유엔체제학회 회장이다)

구자룡 기자·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장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