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이 2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소집을 의결하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상임전국위에서 “현재 당 상황이 비대위로 전환해야하는 비상상황”이라는 당헌당규 유권해석을 받아 전국위에서 비대위원장을 임명하겠다는 것. 전국위는 사흘 간의 공고 기간을 거쳐 이르면 5일 열릴 예정이다. 이를 두고 여권 내에서는 “최대한 빨리 여당 정비를 마치겠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이준석 대표 측은 반발을 이어갔다.
● 이르면 5일부터 비대위 절차 돌입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비공개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소집을 의결했다. 최고위에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 배현진 윤영석 의원 등 최고위원 4명이 참석해 전원 찬성으로 소집 안건을 의결했다. 권 원내대표 등 최고위 참석자들은 현 상황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당헌·당규상 필수조건인 ‘비상상황’이라는 유권해석을 상임전국위에서 받기로 했다. 이 대표가 직무정지 상태고 최고위가 기능을 상실했다는 게 그 근거다. 이후 전국위를 열어 권 원내대표가 겸임하는 당 대표 직무대행도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당헌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최고의 의결에 따라 국민의힘은 이르면 5일 상임전국위를 연 뒤 다음주 초 전국위를 열어 비대위원장을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는 17일 전까지 비대위 체제로 완전히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부터 인적 쇄신을 마쳐놔야 윤 대통령이 대통령비서실 개편 등을 단행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 ‘위장 사퇴쇼’ 등 꼼수 논란 확산
하지만 최고위 의결 등을 둘러싼 절차적 정당성 논란은 이날도 계속됐다. 특히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배 의원과 윤 의원이 이날 최고위 의결에 참석한 것을 두고 ‘위장 사퇴 쇼’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대표와 가까운 정미경 김용태 최고위원이 최고위에 불참한 탓에 최고위 개최 정족수(재적인원 7명 중 4명)을 채우기 위해 배 의원과 윤 의원은 ‘아직 공식 사퇴서는 제출하지 않았다’는 명분으로 이날 최고위에 참석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친윤(친윤석열)계로 꼽히는 배의원을 겨냥해 “‘오늘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다’고 7월 29일 육성으로 말한 분이 표결 정족수가 부족하다고 8월 2일에 표결한다”며 “그들의 탐욕은 계속된다”고 성토했다. 김 최고위원도 “당 최고위원들의 위장사퇴 쇼에 환멸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은 비대위 전환 시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로 전환되면 이 대표가 내년 1월 9일 당원권 정지가 풀려도 대표로 복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히 비대위 기간과 성격도 논란거리다. 조해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최장 (내년) 1월 8일까지만 존속할 수 있는 비대위”를 강조했다. 이 대표가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부 당권 주자들은 “두 달 정도만 활동하는 관리형 비대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대한 빨리 전당대회를 열어 새 당 대표를 뽑아야 집권 여당의 진열 정비를 마쳐야 한다는 논리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