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지난달 폭염으로 채소류 값이 25.9% 오르는 등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에 비해 6.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새 배추는 72.7%, 상추 63.1%, 시금치 70.6%, 오이 73.0%씩 가격이 뛰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고 통계청이 어제 밝혔다. 올 1월 3.6%였던 물가 상승률이 반년 내내 상승하며 연초의 1.8배 수준에 이른 것이다.
올 초반만 해도 물가 상승세는 석유류, 외식비 등 일부 품목에 국한됐고 상승률도 감내할 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물가 상승세는 석유류, 농축산물, 공공요금, 가공식품, 외식비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데다 상승폭 자체도 소비자의 지갑을 닫게 할 정도로 크다. 향후 물가가 오를 것으로 보는 기대심리가 커지면서 개별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오르고 그 여파로 전체 물가가 더 오르는 악순환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지금의 물가는 각종 요금 인상 제한이나 세금 인하 같은 국지적 조치만으로는 잡을 수 없는 속도로 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칫 기준금리 인상을 머뭇거리다가 오히려 문제만 키울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인플레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그 결과 실질소득이 급감하면서 전체 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이다.
한은과 정부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를 근거로 조만간 물가 안정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주요 산유국의 증산이 더디고 러시아와 유럽 국가 간 갈등이 고조되는 등 유가 리스크는 여전하다. 폭염과 장마로 농축산물 가격은 폭등하는 중이고, 외식 여행 등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세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종잡기 어렵다. 지금은 세계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운 불확실성의 시기다. 물가 당국이 하루하루의 가격 동향에 일희일비한다면 위험에 대비하기 어렵다. 지나친 비관론도 금물이지만, 지금은 긴 안목으로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