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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김건희 논문, 국민대의 결론

입력 | 2022-08-03 03:00:00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박사과정 때인 2007년 한 학술지에 실은 논문의 제목은 ‘온라인 운세 콘텐츠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관한 연구’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적당한 영어 번역으로 ‘A Study on user‘s retention or withdrawal of membership by satisfaction or dissatisfaction in online fortune contents’ 등이 제시돼 있다.

▷논문에 나온 영어 제목은 ‘Use satisfaction of users of online fortune and member Yuji by dissatisfaction and a study for withdrawal’이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게 돼 있다. 회원 유지의 유지는 고유명사처럼 Yuji로 번역됐다. 맨 앞에 나와야 하는 study는 중간에 들어가 있다. 유지와 탈퇴, 만족과 불만족은 상관어인데도 서로 관련 없는 말인 듯 떨어져 있다. 지도교수가 공저자로 참여한 논문인데도 이렇다.

▷김 여사가 같은 해 같은 학술지에 실은 또 다른 논문의 제목은 ‘온라인 쇼핑몰 소비자들의 구매시 e-satisfaction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다. 논문에서 영어 제목은 ‘The Analyze of the affecting factors…’로 시작한다. ‘연구’ 대신 ‘분석’이란 단어를 쓸 수는 있다. 그러나 명사 Analysis로 써야 할 곳에 동사 analyze를 명사형처럼 썼다.

▷국민대는 2008년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를 포함해 이 세 논문은 연구부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그제 결론을 내렸다. 국민대는 당초 검증 시효가 지났다고 재심사를 거부하다가 문재인 정부 교육부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뒤늦게 재심사에 착수했다. 결론은 연구부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때 드는 상투적 이유를 몇 가지 들기는 했으나 그것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보다는 검증 시효 5년이 지났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김 여사는 공직에 몸담은 사람이 아니고 학자도 아니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표절 여부를 정색하고 따지는 게 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의 학술지 논문들은 연구부정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연구자로서의 최소한의 성실성조차 갖추지 못했음을 액면으로도 보여준다. 지도교수가 공저자로 참여한 논문의 지도마저 엉터리로 한 대학이 학위논문 지도나 심사는 제대로 했겠는가. 국민대가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다 지워지지 않을 오점을 남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