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로 유명한 ‘햄릿’을 지난 주말 연극으로 보았다. 햄릿이 처절하게 고민했듯 어렵게 입사한 직장을 “그만둘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직장인이 많이 있다.
스타트업에서 만난 김시내, 최수현은 입사 3년 차가 되면서 일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슬럼프가 찾아왔다. 질문이 생겼다. 회사가 문제일까 아니면 내가 문제일까, 직장을 떠나 독립해서 일할 수 있을까?
직장에서 슬럼프와 그에 따른 퇴사 고민 등을 해보지 않은 직장인이 있을까? 하지만 고민을 술자리 안주로만 삼으면서 햄릿처럼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두 사람은 고민에서 나아가 자신들만의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실험 2. 대화를 통해 조직에 소속되어 익숙한 환경에서 일하던 것에서 불확실성이 높지만 독립하여 일해 보는 실험을 하기로 한다. 직장 경험을 살려 작은 브랜드의 성장을 돕는 ‘스몰브랜더’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구독자 5000명을 얻게 되고, 여전히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퇴사에서 독립한 이후까지 두 사람의 기록을 모아 ‘퇴사합니다. 독립하려고요’란 책을 출판하고, 관련 전시도 했다.
직장에서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도 딱히 모르겠기에 그냥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기 위해서는 고민만으로는 해답에 다가가기 힘들다. 그런 고민이 들 때, 이를 새로운 실험을 해보라는 신호로 해석해 보면 어떨까?
내가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아는 이유는 그 일을 직접 해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하고 싶은 일도 해봐야 알 수 있다. 김시내, 최수현 공동대표처럼 자신의 상황에서 해볼 수 있는 시도를 찾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퇴사와 창업만이 유일한 실험이 아니다. 회사 내 새로운 프로젝트 지원, 부서 이동 등의 실험도 있다. 혹은 퇴근 후 자기만의 사이드 프로젝트, 관심 분야를 배워 보고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실험도 할 수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할 수 없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험조차 하지 않으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것 같은지를 찾기 힘들다.
내가 독립하여 직업으로 삼고 있는 코칭이란 분야 역시 작은 실험으로부터 출발했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공항에서 직장 상사와 맥주를 마시다가 우연히 들은 컨설팅과 코칭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이었다. 코칭에 흥미가 생긴 나는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회사에서 코칭 프로젝트를 새로 제안하여 작은 시도를 했고, 그런 실험으로부터 새로운 나의 가능성을 발견해 가기 시작했다. 물론 기대만큼이나 그 과정에서 실수와 불안도 함께했다.
“그만둘 것인가 말 것인가?”보다 훨씬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내가 원하는 일과 삶이 무엇인가?”이다. 이 질문은 각자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실험과 발견을 반복해 가면서 조금씩 자기만의 답에 다가서게 된다. 고민만으로는 도무지 보이지 않던 자기만의 길이 조금씩 보이고, 그 위를 걷게 된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