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출범… 경찰대 힘빼기 본격화
행정안전부가 올해 말 예정된 총경 승진 인사에서 비(非)경찰대 출신을 절반 이상 임용 제청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인 ‘순경 출신 고위직(경무관 이상) 20% 이상’을 이행하면서 경찰대 출신이 고위직을 독점하는 폐해를 없애기 위한 첫 조치다. 이를 두고 2일 행안부 경찰국 출범과 함께 정부의 ‘경찰대 힘빼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경찰대 고위직 독점 구조 깰 것”
행안부 고위관계자는 2일 “대통령 공약처럼 경무관 이상 고위직 중 순경 출신의 비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려면 아래 직급인 총경부터 비경찰대 출신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며 “연말 인사는 총경 승진자의 절반 이상이 비경찰대 출신에서 나오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올 6월 기준으로 전체 경찰 13만2421명 중 경찰대 출신은 2.5%(3249명)에 불과하지만, 총경 이상 고위직 중 비율은 62.2%(469명)에 달한다.
2일 출범한 행안부 경찰국은 이상민 장관이 언급한 ‘고위직 경찰대 독점 구조 개혁’의 실무를 맡는다. 특히 경찰국 인사지원과는 총경 이상 고위직 임용제청권 등 행안부 장관의 인사권을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파이팅”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날 공식 출범한 경찰국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모든 난관을 뚫고 경찰국이 출범하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달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출범하는 민관 합동 경찰제도발전위원회도 ‘경찰대 개혁’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지난달 2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경찰대의 가장 큰 문제는 졸업 자체만으로 7급에 상당하는 공무원에 자동 임용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입법을 통해 경위 자동임용 제도를 손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국가경찰위 “법적 대응할 것”
“유감” 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가경찰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김호철 위원장(오른쪽)을 비롯한 위원들이 이날 출범한 행안부 경찰국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일선 경찰을 중심으로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여론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서울경찰청에 근무하는 한 경찰은 이날 오후 “경찰국 졸속 출범을 축하해 달라”는 글을 내부망에 올리며 리본 모양 특수문자 ‘▶’ ‘◀’를 댓글에 입력해 반발을 표하자는 ‘검은 리본’ 운동을 제안했다. 이날 오후 6시까지 해당 게시글엔 검은 리본 모양의 댓글 430여 개가 달렸다. 또 다른 게시글엔 “(경찰국이 출범한) 오늘은 참 쪽82는 날”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앞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최해 대기발령된 류삼영 총경(전 울산중부경찰서장)은 이날 “경찰국 신설의 부당성을 알리고, 폐해가 있다면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지속 논의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다만 경찰 일각에선 “일단 경찰국이 출범한 만큼 공무원은 이를 따를 의무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