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강한 반발 속에서 대만 방문을 강행했다.
중앙통신과 AFP,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 일행을 태운 전용기가 2일(현지시간) 밤 10시43분(한국 시간 11시43분)께 쑹산공항에 착륙했다. 공항에는 대만 측 인사와 환영 인파가 몰려 있었다.
펠로시 의장은 분홍색 바지 정장 차림으로 하기했으며,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영접을 나온 인사들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그는 이후 대기하던 승용차편으로 시내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펠로시 하원의장은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을 예방한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 측과 인도 태평양의 안전보장, 경제 동반자 관계, 민주통치 등에 의논하고 대만 민주체제에 대한 지지 입장을 전달한다.
그는 대만 도착 직후 트위터를 통해 “대만을 여행함으로써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약속을 기린다”라며 “대만의 자유, 그리고 모든 민주주의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라고 밝혔다.
이날 펠로시 의장 도착 전부터 현지 공항 인근에는 환영 인파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펠로시 의장 측이 대만 방문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음에도 대중들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출발한 여객기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소셜미디어에 상황을 공유했다.
공항 인근 인파 중 한 명인 자비스 궈는 뉴스위크에 “역사적인 착륙을 보고자 한다”라며 “모든 이가 이 문제에 많은 신경을 쓴다. 심지어 길 가는 할머니들도 ‘너도 미국 항공기 보러 이곳에 왔니’라고 묻는다”라고 발언, 현장이 콘서트장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함께 공개된 영상에는 타이페이101 건물에 ‘TW♡US’, ‘펠로시 의장(Speaker Pelosi)’, ‘대만에 온 것을 환영한다(Welcome to TW)’, ‘감사한다(Thank you)’ 등의 메시지가 연쇄 송출되는 장면이 담겼다. 아울러 한자로 ‘미국과 대만의 우정은 영원하다’ 등 내용도 송출됐다.
한편 이날 펠로시 의장 방문을 앞두고 차이잉원 총통실 웹페이지는 해외 디도스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등에서는 중국이 펠로시 의장 방문과 관련해 대만해협 내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포함한 추가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일은 25년 만에 처음이다. CNN은 “펠로시 의장의 순방은 미·중 관계가 저점에 도달한 상황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만 경유에 대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뤄졌다”라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펠로시 의장 대만 순방과 관련, 지난달 28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민심은 저버릴 수 없다”라며 “불장난을 하면 반드시 자신이 불에 탄다(타 죽는다)”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