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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3일간 대만 봉쇄 군사훈련… 경제보복도 가속

입력 | 2022-08-03 18:28:00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맞서 4일부터 3일간 대만 주변에서 군사 훈련을 실시해 사실상 대만을 봉쇄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도 높은 반격에 나섰다. 섬나라인 대만이 해상 및 공중 봉쇄로 고립에 처하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의식한 행동이다. 봉쇄를 통해 군사, 경제, 심리적으로 대만을 최대한으로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72시간 동안 사실상 대만 봉쇄”

중국 국방부는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당도한 2일 밤 “대만을 둘러싼 6개 지점에서 4일 낮 12시부터 7일 낮 12시까지 72시간 동안 군사 훈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6개 지점을 연결하면 대만을 완전히 에워쌀 수 있다. 훈련 중에는 일반 선박 및 항공기의 접근이 불가능하므로 대만은 사실상 72시간 동안 고립된다. 국방부는 외부세력의 간섭과 대만 독립 시도를 단호히 배격할 것”이라며 훈련 중 이상 조짐이 포착되면 바로 군사 행동으로 반격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만해협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군 동부전구는 이와 별도로 2일 밤부터 대만 주변 해상 및 상공에서 미사일 발사 훈련 등 연합 군사행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동부전구는 3일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훈련에 동원한 전투기, 함정, 장갑차 등을 공개하며 “엄중한 공포 조치를 취해 대만 독립 세력에 경고를 하겠다”고 주장했다. 특히 동부전구가 공개한 영상에는 중국의 최신 스텔스 전투기 젠-20의 야간 출격 장면, 사거리가 중장거리로 보이는 탄도미사일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이 등장했다.

중국의 이번 훈련은 대만을 넘어 인도태평양 전체 정세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의 가장 서쪽에 있는 요나구니섬은 대만과 불과 110km 떨어져 있어 일본 또한 중국군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군이 훈련 기간을 연장하면 봉쇄로 인해 대만 사회가 받을 충격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만 정부는 3일 “에너지 재고가 충분하다”며 불안에 처한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중국군이 이번 훈련 중 대만군과 우발적으로 충돌이 발생하면 중국이 이를 빌미로 더 과감한 군사 행동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은 1954년과 1958년 각각 1, 2차 대만해협 위기 당시 일부 대만 섬들을 폭격했다.
대만 겨냥 경제 보복도 가속

미국은 중국군이 대만 상공에 전투기를 진입시키거나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DF)-17’의 시험 발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DF-17은 현존하는 방공 체계로는 요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면 현재 대만 부근에 모여 있는 미 항공모함 전단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대만의 경계선 역할을 하는 ‘중간선’을 넘어 대만 상공에 전투기를 보낼 가능성을 제기했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한 2일 밤 일부 중국 매체들은 “중국 전투기가 대만해협을 건넜다”고 전했다. 반면 대만 국방부는 “영공을 내 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경제 보복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3일부터 대만에 대한 천연 모래 수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천연 모래는 풍화작용 등 자연적 현상에 의해 형성된 모래로 건축 자재 및 철강재 제조 등에 필수적이다.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도 이날부터 대만산 감귤류 과일, 냉장 갈치, 냉동 전갱이의 수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해관총서는 음료수·과자류 생산 기업 등 100여 개 대만 기업의 식품 수입도 금지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