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이후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당 지도부는 2년 임기를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사실상 새 지도부가 2024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으로 당권 주자들의 난립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위 소집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성격에 관련 없이 당헌·당규상 비대위가 출범하면 최고위원회라는 지도부는 해산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자동적으로 지도부는 해산되기 때문에 이준석 대표의 당대표 권한도 없어진다”며 “비대위가 출범하게 되면 다음 열리는 게 전당대회이기 때문에 해석에 따르면 (새 지도부는) 2년 임기를 가진 온전한 지도부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 의원이 이날 “비대위가 출범하면 이 대표의 당대표 권한도 사라지는 것”이라고 못 박으면서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주자들의 세력 확장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로는 김기현, 안철수, 장제원, 정진석, 주호영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원외 인사로는 나경원 전 의원이 하마평에 올랐다. 이중 차기 당권에 뜻을 보였던 김기현, 안철수 의원은 일찌감치 당내 의원들이 참여하는 공부모임과 토론회를 가동하며 세 몰이에 나서고 있다.
친윤계 의원들의 당권 도전도 가시화 되는 모습이다.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5선 정진석 의원이 대표적이다. 21대 국회 부의장과 대통령 정무수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을 역임한 정 의원은 차기 당 대표 출마를 위해 최근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인 장제원 의원과 권성동 원내대표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다. 다만 ‘내부 총질 당대표’ 텔레그램 메세지 유출 논란으로 당 대표 직무대행직에서 물러난 권 원내대표의 경우 잇따른 구설수로 당 안팎의 비난을 받는 만큼 실제 출마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를 내치기 위해 비대위 체제로 가는 건데, 이 대표가 가만히 있겠냐”며 “정치적으로도 이 대표가 이미 이긴 상황이라 비대위가 국민의힘 자체를 정상화하기란 어렵다. 오히려 이 대표가 차기 당권주자, 당 대표로 갈 가능성이 지지율에서 높게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여론조사 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 뉴스 의뢰로 실시한 차기 여권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이 대표는 26.1%로 1위를 차지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5일 데이터 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25.2%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고, 같은달 리서치뷰 조사에서는 9%로 지난달 조사보다 3% 상승했다.
이 대표는 성상납 의혹 논란으로 징계를 받은 뒤 전국을 돌며 장외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광주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울릉도까지 찾아 당원들을 만나는 등 지지층 다지기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부총질 당대표’ 문자 사태 때는 윤 대통령과 윤핵관이 자신을 몰아냈다는 프레임을 내세우며 ‘양두구육’이라는 거친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전당대회 재출마길이 막힐 경우 어느 당권주자를 지원할 지에 대한 관심도 모이지고 있다. 지난 6·1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친윤계 김은혜 후보에게 패배한 후 잠행모드에 들어간 유승민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유 의원 측은 정치 재개라는 관측을 부인하고 있지만, 그의 다음 행보가 차기 당권 도전일 경우 이 대표가 유 전 의원을 지원사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