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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故 이예람 부대서 또 성추행, 이런 軍에 가족 맡길 수 있나

입력 | 2022-08-04 00:00:00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 소장이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여군 하사 성폭력 사건 관련 공군 입장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8.3/뉴스1


고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부대인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또 성폭력이 발생했다고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가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1∼4월 40대 남성 준위인 가해자는 안마를 핑계로 피해자인 20대 여성 하사의 몸을 만지는 추행을 하거나 “집에 보내기 싫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다른 하사와 신체적 접촉을 강요해 실제 피해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기도 했다. 열거된 피해 사실은 참담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국방부와 각 군 양성평등센터에 접수된 성폭력 발생 건수는 모두 999건이다. 성폭력을 당하다 사망한 사건만 해도 고 이 중사 사건 외에 지난해 5월과 8월, 제8전투비행단과 해군2함대에서 각각 성폭력을 당한 여군이 삶을 등졌다. 이 중사가 원래 근무했던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는 지난달 여성 하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그 이유를 조사 중이다. 이번에 성추행 사건이 재발한 제15특수임무비행단을 포함해 이 중사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가 벌어지는 부대에서 일어난 일이다.

국방부가 대대적인 성폭력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이처럼 군대 내 성폭력은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회유와 협박 같은 2차 가해도 반복된다. 위계에 의해 움직이고 여성이 소수인 군대에서 성폭력 피해자는 구조적으로 저항하기가 어렵다. 군대 내 보신주의 문화도 2차 가해를 부추긴다. 이번 사건에서도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내가 죽으면 너도 힘들어질 것” 같은 메시지를 보냈고, 부대 선임이 피해자의 호소를 가해자에게 전달하는 등 성폭력 신고 이후에도 피해자는 2차 가해에 시달려야 했다.

고 이 중사는 생전 남긴 메모에서 “내가 여군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뼛속부터 분노가 치민다”고 성폭력 사건 이후 심적 고통에 대해 적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입대한 전우를 성폭력으로 희생시키는 군이 과연 전투력이 있겠는가. 가해자를 엄벌해야 할 뿐만이 아니라 부대 내에서 조직적인 회유나 은폐는 없었는지 밝혀내야 한다. 그래야 군의 잘못된 성문화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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