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오래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장을 갔을 때의 일이다. 언제 다시 올까 싶어 일정을 최대한 압축하고 짬을 내 사막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향해 나섰다. 영화에서나 보던 상상의 도시를 직접 보고 싶었다. 렌터카를 빌려 출발하려고 할 때, 아는 분이 조언을 하나 해주었다.
“갈 때는 어느 정도 속도를 높여도 괜찮지만 올 때는 반드시 속도를 준수하셔야 합니다. 교통경찰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잡습니다.”
아니, 왜 갈 때는 놔두고 올 때만 그럴까?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갈 때 잡으면 운전자들이 기분이 나빠 그냥 돌아가 버릴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웬만하면 그대로 놔둬요. 하지만 올 때는 무조건 잡습니다.”
자연에도 이런 ‘지혜’를 발휘하는 덕분에 삭막한 사막에서도 잘 살아가는 녀석들이 있다. 아프리카 대륙 남서부 나미브사막에 사는 나마쿠아카멜레온이다. 이 사막은 몇 년 동안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을 때가 많은데도 꽤 많은 동물들이 산다. 나름의 물 조달법이 있는 덕분인데, 손톱만 한 크기의 곤충인 거저리도 그중 하나다.
이들은 아침 해가 뜰 때쯤, 근처 모래산을 부지런히 오른다. 모래산이라고 하는 건 높이가 300m나 되는 것도 있어 모래 언덕 수준이 아닌 게 많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치면 백두산보다 훨씬 높은 곳이지만, 다행히 날렵한 속도 덕분에 별 수고 들이지 않고 꼭대기에 오를 수 있다. 가능한 한 높은 능선에 오른 이들은 곧바로 물구나무를 선다. 여기까지 와서 웬 물구나무일까?
이유가 있다. 아침마다 대서양에서 몰려오는 수증기 가득한 안개를 온몸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다. 이 자세로 서 있으면 몸에 닿은 수증기들이 이슬로 변해 몸의 홈을 따라 입으로 흘러든다. 이런 식으로 몸무게의 40%나 되는 물을 마실 수 있다.
재미있는 건, 이런 이들을 눈여겨보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나마쿠아카멜레온인데, 흥미롭게도 이들은 올라가는 거저리는 그냥 무사통과시켜 준다. 하지만 내려오는 거저리는 반대다. 물을 가득 먹고 내려오니 이때 잡는 게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때를 잘 알면 더 큰 효과가 있다는 걸 아는 것이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