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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대만 위협 방관 못해”… 中, 스텔스기 띄우고 미사일 발사

입력 | 2022-08-04 03:00:00

[미중 대만갈등]美 “독재-민주주의 투쟁 물러설 수 없어”
펠로시 “中 일국양제 쓰레기통에” 강경 발언
“안보-경제-통치체제 논의 위해 왔다” 언급도
백악관 “美 정책과 일치… 충돌은 원치 않아”



대만 의회 찾은 펠로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이 3일 대만 타이베이 입법원(의회)에서 차이치창 입법원 부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과 대만 의회 간 교류가 늘어나길 원한다”며 최근 백악관이 서명한 ‘미국 투자 반도체 기업 지원법’이 양국 협력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타이베이=AP 뉴시스


“중국이 홍콩에서 한 일보다 더 많은 증거는 필요하지 않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하는) 일국양제(1국가 2체제)는 실현되지 않았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3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회담한 뒤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지하기 위해 어떤 구상이 있나’라는 질문에 “독재와 민주주의의 간 투쟁에서 물러설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 주석 체제를 독재로 겨냥하며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미국이 받아들이는 대신 대만에 대한 무력 침공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중국의 약속’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 약속은 미중 수교로 이어진 1970년대 미중 ‘데탕트’의 근간이 됐다.
○ 펠로시 “中, 일국양제 약속 쓰레기통에”
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전 입법회(국회)를 찾아 부원장 등을 만난 뒤 차이 총통과 회담했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 의회 대표단은 안보와 경제, 통치체제의 ‘3가지 기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과 반도체 동맹 등 경제 협력, 중국의 통일 시도에 맞선 대만의 민주주의 체제 방어를 핵심 의제로 꼽은 것. 그러면서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미국의 결의는 철통같다”고 강조했다.

이에 차이 총통은 “높아지고 있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해 대만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펠로시 의장에게 중국의 압박에도 대만과 외교 관계를 유지한 벨리즈 정상 등에게 수여한 최고 훈장인 ‘특종대수경운(特種大綬卿雲)’을 수여했다.

펠로시 의장은 전날 밤 대만 도착과 동시에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홍콩 사태를 언급하며 “중국은 일국양제 약속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며 “중국공산당의 대만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방관해선 안 된다”고 시 주석을 정조준했다.

특히 펠로시 의장은 “시 주석이 집권을 강화하면서 혹독한 인권 기록과 법치에 대한 무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차이 총통과의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중국의 군사훈련에 대해 “시 주석이 자신의 정치 상황과 관련해 불안감이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3연임을 앞둔 시 주석이 경제 둔화 등 어려움에 봉착하자 대만을 위협해 국내 동요를 차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 백악관 “위기의 소용돌이 확산 안 돼”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하나의 중국’ 원칙 폐기로 해석하자 백악관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하나의 중국’ 정책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의 행보에 중국이 “통일 대업을 방해하면 머리 깨져 피 흘리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자 진화에 나선 것.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우리는 위기와 충돌의 소용돌이를 보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대립하는 가운데 대만을 두고 중국과 군사 충돌할 경우 미국이 2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백악관은 대만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공격 등 중국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를 ‘레드라인(한계선)’으로 두고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공은 중국에 있다”며 “중국은 다음 단계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中 ‘3일간 대만 봉쇄’ 고강도 반격


대만 둘러싼 6개 지점서 7일까지 군사훈련
모래 수출-100여개 식품 수입 금지 등 보복
대만해협 물류-韓 항공편 운항 차질



중국군 훈련영상 공개 대만해협을 담당하는 중국군 동부전구가 3일 오전 소셜미디어 웨이보 공식 계정에 훈련을 위해 탄도미사일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이 이동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1일부터 육해공군 총동원 훈련을 시작한 동부전구는 최신 스텔스 전투기인 젠-20의 출격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 출처 웨이보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맞서 4일부터 3일간 대만 주변에서 해·공군 훈련을 실시해 사실상 대만을 봉쇄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도 높은 반격에 나섰다. 섬나라인 대만이 해상 및 공중 봉쇄로 고립에 처하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의식한 행동이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의 훈련은 대만의 영공과 해상을 봉쇄하는 것과 같다”고 규탄했다. 중국은 농수산물 수입 금지 등 대만에 대한 경제 보복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보다 약자인 대만에 보복을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72시간 동안 사실상 대만 봉쇄”

후반부3일 중국인민해방군의 동부전대가 훈련장면을 공개했다. 중국군은 로켓군, 전략지원군, 합동군수지원군이 합동으로 실시한 실전대비 봉쇄훈련이라고 밝혔다. 출처 중국 동부전대 공식 웨이보

중국 국방부는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당도한 2일 밤 “대만을 둘러싼 6개 지점에서 4일 낮 12시부터 7일 낮 12시까지 72시간 동안 군사 훈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6개 지점을 연결하면 대만을 완전히 에워쌀 수 있다. 훈련 중에는 일반 선박 및 항공기의 접근이 불가능하므로 대만은 사실상 72시간 동안 고립된다. 국방부는 훈련 중 이상 조짐이 포착되면 바로 군사 행동으로 반격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만해협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군 동부전구는 이와 별도로 2일 밤부터 대만 주변 해상 및 상공에서 미사일 발사 훈련 등 연합 군사행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동부전구가 3일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공개한 훈련 영상에 중국의 최신 스텔스 전투기 젠-20의 야간 출격 장면, 사거리가 중장거리로 보이는 탄도미사일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이 등장했다.

중국의 이번 훈련은 인도태평양 전체 정세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의 가장 서쪽에 있는 요나구니섬은 대만과 불과 110km 떨어져 있어 일본 또한 중국군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은 “훈련 해역에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이 포함돼 있다. 중국 측에 우려를 표명했다”며 반발했다.

항공편과 물류 차질까지 빚어졌다. 대만 직항편을 운항하는 아시아나항공은 중국의 군사훈련 첫날인 4일 항공편을 3시간 앞당겨 훈련 시간을 피하기로 했다. 대한항공도 화물기 운항시간을 앞당긴다. 훈련이 계속되면 결항할 수도 있다. 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천연가스 공급업체들이 일본과 대만 등으로 향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항로를 변경하거나 운항 속도를 줄이고 있다. 해운사들도 위험이 큰 대만해협을 대신할 다른 항로를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대만 겨냥 경제 보복 가속

후반부3일 중국인민해방군의 동부전대가 훈련장면을 공개했다. 중국군은 로켓군, 전략지원군, 합동군수지원군이 합동으로 실시한 실전대비 봉쇄훈련이라고 밝혔다. 출처 중국 동부전대 공식 웨이보

미국은 중국군이 대만 상공에 전투기를 진입시키거나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DF)-17’의 시험 발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존하는 방공 체계로 요격이 불가능한 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면 대만 부근의 미 항공모함 전단에 상당한 위협이 된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대만의 경계선 역할을 하는 ‘중간선’을 넘어 대만 상공에 전투기를 보낼 가능성을 제기했다. 2일 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국 전투기가 대만해협을 건넜다”고 했지만 대만 국방부는 부인했다.

중국 상무부는 3일부터 대만에 대한 천연 모래 수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천연 모래는 풍화작용 등 자연적 현상에 의해 형성된 모래로 건축 자재 및 철강재 제조 등에 필수적이다.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도 이날부터 대만산 감귤류 과일, 냉장 갈치, 냉동 전갱이의 수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해관총서는 음료수·과자류 생산 기업 등 100여 개 대만 기업의 식품 수입도 금지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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