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데,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직장인 서모(42)씨는 최근 내 집 마련을 위해 아파트를 알아보다가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들이 집값의 최대 80%를 빌릴 수 있도록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완화했지만, 서울 아파트값 평균 매매가격은 10억원을 훌쩍 넘기 때문이다.
서씨는 “대출 한도가 늘어나 좋기는 하지만 원리금부터 이자를 갚을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며 “최대한 대출 한도를 늘려 내 집을 마련하더라도, 앞으로 늘어날 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게 지역과 주택 가격별로 60~70%를 적용했던 LTV를 80%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현재 5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LTV 60%를 적용받아 3억원까지만 대출을 받았다면, 오는 7월부터는 4억원(LTV 80%)까지 받을 수 있다.
특히 생애 최초를 비롯해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 대한 금융 문턱을 낮췄다. 청년층의 경우 대출받을 때 미래에 늘어날 소득을 반영하기로 했다.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소득이 적은 청년층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연소득이 3000만원인 20대 직장인이 9억원의 서울 아파트를 생애 최초로 구매하면 LTV 80% 이하, 미래소득 인정 등을 적용해 대출 가능 금액이 2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또 오는 8월부터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등의 최대 만기도 청년·신혼부부를 기준으로 기존 40년에서 50년으로 확대된다. 청년·신혼부부 요건은 만 39세 이하 및 혼인 7년 이내 부부로, 금리 연 4.4%로 5억원을 대출받으면 40년 만기일 경우 월 이자 부담액은 약 222만원이지만, 50년 만기 때 월 이자 부담액은 약 206만원으로 약 16만원 낮아진다.
이번 대출 구제 완화로 내 집 마련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금리 인상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등으로 규제 완화 효과가 제한적이다. 일부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오를 대로 오른 집값과 금리 부담으로 내 집 마련을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4.44~5.63%까지 올랐다. 연 금리 5%로 만기 40년 조건으로 6억원을 대출받으면 월 상환액이 289만원에 달한다.
또 최근 미국 중앙은행이 두 차례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한국(연 2.25%)과 미국(2.25∼2.50%)의 금리가 역전됐다. 연말까지 한국은행의 추가적인 기준 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대출이자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대출 규제 완화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DSR 규제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TV는 완화하면서 DSR을 풀지 않으면 규제 완화 효과에 한계가 있다”며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한해 DSR 규제 완화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