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와 과학법’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미 의회를 통과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반도체 전략 및 지원 정책의 고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연구원(KIET)은 4일 ‘미국 반도체와 과학법의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경희권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부연구위원)에서 반도체와 과학법을 ‘신(新) 냉전의 본격적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반도체와 과학법은 인공지능과 반도체를 포함한 연관 첨단산업 역량 제고를 위해 2800억 달러(약 365조원) 규모의 연방 재정을 동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연구원은 세액공제 혜택에 대해 “10년 간 240억 달러(약 31조 원) 규모로 가동 전 선지급이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미 상무부는 직접 보조금과 합산 시 아시아에 입지한 기업 대비 40% 가량의 첨단 반도체 제조단가 격차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지원법과 같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기업들은 중국 내 반도체 제조역량 확대 및 신설 투자 불가를 명시했다”면서 “반도체와 과학법 제정은 중국과의 경제·군사 분야는 물론 가치의 경쟁을 본격화한 미국 지도부의 인식을 투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연구원은 “이미 과학기술 분야에서 세계 정상을 달리고 있는 미국의 천문학적 재정 투입 규모는 현재 한국의 ‘과학기술입국’을 위한 국가적 역량 동원 수준을 근본적으로 도약시켜야 할 필요성을 환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수출경쟁력을 보유한 특정 업종 중심의 접근에서 탈피해 국가 전체의 중장기 혁신역량 제고를 위한 관점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산업의 고도화에 따른 한중 교역 구조 및 성격의 변화에 대응하고, 중저위 기술군 산업의 의존도 및 경합 심화, 그리고 예기치 못한 중국의 무역조치 등에 대비한 다각적인 전략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원은 정부의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과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에 대해 “직접 보조금과 파격적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주요국의 동향을 주시하고 정책 수준의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전략산업은 단순히 경제·산업적 파급효과뿐 아니라 미래 국가 경쟁력 및 우리의 지정학적 입지 즉, 안보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며 “적기 지원과 규제 및 지자체 인허가 등 투자 애로 해소에 각별한 정책적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 견제 및 아시아 의존도 축소를 지향하고 있다”며 “안보 위협에 직면한 대만에 대한 첨단 반도체 의존 완화가 핵심 현안”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 시스템반도체 산업 전략 입안 시 TSMC 등 선도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기존 시장의 공략뿐 아니라, 인공지능 연관 첨단산업과 차량 용반도체 등 미래 수요산업에 대한 초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1980년대 이후 일본과 한국, 대만 반도체 산업의 갈림길을 반추해 볼 때, PC와 스마트폰 등 신규 수요산업의 공략이 중요 분수령으로 작용했다”면서 “글로벌 수준에서 미래 유망 신기술 발전, 혁신적 제품, 서비스 시장 성장에 대한 정보 수집과 선제적 대응 체계 마련이 긴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