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1~6월) 국내 기업 노사가 협약한 임금 인상률이 5.3%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했던 정보기술(IT) 업계와 대기업의 연봉 인상이 전체 임금 수준을 끌어올렸다. 하반기(7~12월)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올해 국내 임금 인상률은 19년 만에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는 100인 이상 사업체 1만723곳 가운데 6월까지 임금협상을 끝낸 3613곳의 임금결정 현황 조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이들 기업의 올해 임금총액과 통상임금은 지난해 대비 각각 5.3% 올랐다. 통상임금은 임금총액 중에서도 기본급 등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금액을 뜻한다. 올해 임금 인상률은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기업들의 결과를 더해 내년 2월 최종 확정된다. 만약 연간 임금 인상률이 지금 그대로 5.3%로 확정된다면 2003년(임금총액 기준 6.4%) 이후 가장 높은 수치가 된다.
상반기 임금은 실적이 좋았던 IT 및 대기업 중심으로 크게 올랐다. 업종별로 보면 정보통신업의 임금 인상률이 7.5%로 가장 높았다. 정보통신 기업들은 ‘실적·성과’(63.0%), ‘인력 확보·유지’(14.5%) 등을 임금 인상의 원인으로 꼽았다. 고용부는 최근 비대면 산업 호황으로 우수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들 기업이 경쟁적으로 연봉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앞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연봉 예산을 각각 10%, 15% 올린 바 있다. 정보통신업에 이어 건설업(6.4%), 제조업(6.0%), 도소매업(4.8%)의 인상률도 높았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임금 결정은 노사 자율의 영역이지만 하반기(7~12월) 어려운 경제 상황과 대·중소기업 간 상생,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고물가 상황에서 임금까지 올라 물가를 더 자극하는 현상이 우려되자 민간기업 노사에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