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한가운데 텅 빈 섬 같았던 광화문광장이 나무가 늘어선 공원으로 단장하고 내일 재개장한다.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광장을 옮기는 대신 면적이 두 배(4만300m²)로 늘어났다. 212m 길이 역사물길과 분수를 만들고 그 주변에 시민들이 쉴 수 있는 자리를 배치했다. 역사성을 되살리는 데도 공을 들였다. 조선시대 사헌부 터와 배수로 등 발굴된 유구, 궁궐 앞 넓은 단을 뜻하는 월대를 원형대로 복원한다.
▷광화문 앞길은 조선시대에 육조(六曹)가 도열해 있던 거리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들이 광화문으로 뛰쳐나와 거리를 가득 메우기 전까지는 광화문의 주인은 시민이라 할 수 없었다. 월드컵 응원을 계기로 시민들은 광화문에 모여 응집된 에너지를 분출하기 시작했다. 2008년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까지 광화문에서는 크고 작은 시위가 끊이지 않았고 이때 광장민주주의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2009년 서울시는 세종로 차선을 줄여 광화문광장을 조성했다. 시민들의 공간으로 돌려주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광화문광장은 시민들이 평온하게 일상을 누리는 곳이 아니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집회의 장소였고, 광화문 일대는 1인 시위부터 트럭, 천막시위까지 잦은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서울시는 이번에 광화문광장을 재개장하면서 소음이 발생하거나 통행을 방해할 수 있는 집회·시위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앞으로 광장 북측 육조마당과 세종대왕 앞 놀이마당 등 2곳 광장의 사용 신청을 받게 되는데 엄격한 심사로 집회나 시위로 변질될 행사는 애초부터 걸러낸다는 것이다.
▷한국 근현대사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광화문이 등장하곤 한다. 그러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순간만이 광화문의 의미는 아니다. 매일 출퇴근하는 시민, 손을 잡고 거닐던 연인, 아이와 나들이로 즐거웠던 부모…. 서울시민 중 광화문과 연결된 이런 추억 하나쯤 갖지 않은 이는 드물 것이다. 광화문이 정말 시민의 공간이라면 소리치고 투쟁하는 공간으로만 머물 것이 아니라 이런 소소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모두의 공간이어야 한다. 광화문광장이 공원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그래서 반갑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