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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보다 중요한 행안부 장관의 업무[광화문에서/유성열]

입력 | 2022-08-05 03:00:00

유성열 사회부 차장


행정안전부 경찰국이 2일 출범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취임한 지 81일 만이다. 이 장관은 취임 당일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를 만들었고, 자문위와 행안부는 단 4차례 회의로 경찰국 신설을 공식화했다. 관련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은 “국민 일상생활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40일에서 4일로 단축시키며 당초 계획(8월 말)보다 한 달여 일찍 경찰국을 출범시켰다. 자문위와 이 장관, 행안부가 속도전을 펼친 결과다.

경찰국이 위법하다는 쪽과 합법이라는 쪽 모두 정부조직법을 근거로 든다. 일선 경찰과 야당은 정부조직법 34조 1항이 열거한 행안부 장관 사무(업무)에 ‘치안’이 없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경찰국을 만들려면 국회가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위법하지 않다는 쪽에선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는 조항을 지목한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을 통해’ 치안 사무를 관장할 수 있는 만큼 경찰국 신설은 법적 근거가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경찰국 논란을 취재하며 정부조직법을 뜯어 보다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18개 중앙부처 가운데 행안부 장관 업무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 34조 1항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지원·재정·세제 △낙후지역 등 지원 △안전 및 재난에 관한 정책의 수립·총괄·조정 △민방위 및 방재에 관한 사무 등 16개 업무를 관장한다. 선거와 국민투표를 지원하는 책임도 갖고 있다. 행안부가 경찰국의 근거로 삼은 내용은 이 조항엔 없으며 5항에 별도로 규정됐다.

지난달 1일 민선 8기 지자체가 출범했다. 비수도권 단체장들은 침체와 소멸 위기 속에 그 어느 때보다 비상한 각오로 업무에 돌입했다. 인구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전담팀을 만들고,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투자를 읍소하고, 정부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경찰국 논란이 이어진 81일을 돌아보면 이 장관은 지자체의 분투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지자체 재정을 살피고 낙후지역을 적극 지원하는 게 행안부 장관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데도 말이다.

3일 강원 양양 낙산해수욕장에선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1층짜리 편의점 건물의 절반가량이 무너졌고 같은 날 인천 중구 항동 도로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했다. 두 사건 모두 인명 피해가 없었던 탓일까. 안전 정책과 방재를 총괄하는 행안부 장관은 그 흔한 메시지 하나 내지 않았다.

역대 정부는 대통령민정수석실이 치안비서관을 두고 경찰을 통제했다. 현 정부 들어 민정수석실이 폐지되고, ‘검수완박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경찰 권한이 과도해졌기 때문에 경찰국 신설이 시급했다는 게 이 장관의 설명이다. 그러나 경찰 통제 업무에만 신경을 쓰고 다른 업무를 소홀히 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 장관에겐 경찰국(34조 5항)보다 더 중요한 16개의 업무(34조 1항)가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