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씨가 7월 초 울릉도에서 열린 트레일러닝대회에서 질주하고 있다. 2019년 보디 프로필을 찍기 위해 지방을 태우려는 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그는 산을 뛰는 트레일러닝까지 다양한 도전을 통해 건강도 챙기며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소연 씨 제공
양종구 기자
운동 마니아 이소연 씨(37)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기 전인 2019년 초 보디 프로필을 찍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에 대한 일종의 동기 부여이자 목표였다. 헬스와 요가, 수영 등 그동안 즐기던 운동 결과를 탄탄한 몸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근육의 선명도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달리라는 권유가 있었다. 그래서 달리기 시작했다. 보디 프로필을 찍겠다는 목표가 결국 그를 달리기 마니아로 만들었다.
“지방을 태우기 위해 유산소 운동이 필요했어요.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것은 싫고 그래서 집 근처인 서울 한강공원을 달렸죠. 그런데 새 세상이 열렸죠. 헬스장에선 느끼지 못한 광경들이 펼쳐졌어요. 강도 있고 나무도 있고 사람도 있고…. 야경은 또 다른 느낌을 줬어요. 풍광을 보며 달리는 게 좋았어요.”
처음부터 잘 달릴 순 없었다. 뛰는 거리를 조금씩 늘렸다. 2∼3km, 5km…. 안 뛰다 달리니 관절에도 부담이 갔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다리 관절 부위 근육을 만들며 달렸더니 좋아졌다. 달리면 호흡도 가빠지고 힘들지만 특정 거리를 완주한 뒤 느끼는 기분이 좋았다. 요가 등 정적인 운동을 할 때와는 다른 활기를 느꼈다. 그해 가을 10km 마라톤에 참가해 55분에 완주했다.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회가 모두 취소됐다. 여럿이 어울려 달리지도 말라고 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남산 트레일러닝. 산은 도로보다 통제에서 자유로웠다. 그는 “인터넷 서핑으로 남산에서 트레일러닝을 함께 하는 동호회 ‘찰스런’을 찾았다. 매주 목요일 저녁에 모여 함께 남산을 달리는데 또 다른 맛이었다”고 했다.
이후 산을 달리는 즐거움에 빠졌다. 2020년 7월 강원 정선에서 열린 ‘운탄고도’ 트레일러닝 22km를 3시간 20분에 완주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대회에 출전하는 바람에 무릎이 좋지 않아 2021년엔 대회 출전을 자제했다. 그리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대회에 출전했다. 거제지맥 트레일러닝 24km, 북한산 12성 종주 트레일러닝 14km 등에 출전했다. 7월 초에는 울릉도 트레일러닝을 다녀왔다. 울릉천국아트센터에서 출발해 나리분지와 성인봉을 거쳐 대아리조트로 내려가는 15km 코스. 그는 “생각보다 산이 험하고 원시림이라 힘들었다. 하지만 모든 게 너무 맑고 깨끗해 좋았다. 육지에선 보기 힘든 식물도 많았다. 자연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고 했다.
이 씨는 다양한 운동을 즐긴다. 거의 매일 10km를 달리는 게 기본. 그에 더해 월요일엔 테니스, 수요일과 금요일엔 헬스, 목요일 찰스런 트레일러닝, 주말엔 사이클 라이딩과 장거리 달리기를 한다. 어릴 때부터 즐긴 수영도 비정기적으로 한다. 사이클 라이딩은 한강공원 등에서 모여 남산과 북악산을 오르고 돌아오는 코스에서 주로 즐긴다. 일요일엔 달리기 동호인들과 함께 질주한다.
“지금은 달리는 게 가장 즐거워요. 5월에는 매일 20km씩 15일 연속 달리는 도전도 했어요. 동호회에서 실시한 챌린지였는데 힘들었지만 끝낸 뒤엔 해냈다는 성취감에 기분이 좋았어요.”
이런 운동의 결과물을 보디 프로필로 남기고 있다. 2019년부터 매년 보디 프로필을 찍고 있고 올 5월에도 3차례 찍었다. 그는 “보디 프로필은 엄청난 노력의 산물”이라고 했다. 이 씨는 10월엔 마라톤 풀코스인 42.195km에 처음 도전한다. 목표가 있어야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풀코스를 달리기 위해 주말에 25km LSD(Long Slow Distance)도 하고 있다. 하프코스까지야 훈련 안 해도 달릴 수 있지만 풀코스는 30km나 35km까지 달리는 LSD 훈련을 하지 않으면 완주가 어렵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