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주민들 부작용 우려
서울시가 서울 용산구 용산정비창,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세운지구), 노원구 하계5단지 등 도심 곳곳을 고밀 복합개발하겠다는 구상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9일 발표하는 윤석열 정부 ‘250만 채+α 공급대책’에서 민간주도 도심복합개발 방안을 내놓는다. 민간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고 역세권 등 도심을 복합개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밀 복합개발이 도심 교통난을 일으키는 등 기반시설을 포화상태로 만들고 민간에 과도한 개발이익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밀 복합개발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계획 단계에서 교통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또 사업성을 면밀히 따지는 한편 개발이익 환수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하계 5단지 교통난 우려”…세운지구도 재정비 필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공공주택 ‘피너클 앳 덕스턴’을 찾아 “노후 임대주택 용적률을 평균 100%대에서 300∼500%로 확대해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같은 임대주택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오 시장이 모델로 언급한) 타워팰리스는 용적률이 높지만 서울지하철 3호선과 수인분당선 환승역인 도곡역이 있고, 주변 도로정비가 잘돼 있어 하계5단지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 “용산, 역 중심으로 계획 재검토해야”
1500% 이상 용적률을 풀어주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용산정비창 역시 용산역과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용산역은 KTX·지하철 1호선·경의중앙선이 지나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도 예정돼 있다. 신분당선도 추진 중이다. 용산역을 통해 불어나는 이동량을 흡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하지만 현재는 용산정비창 부지 가운데에 초고층 건물을 세우고, 주변은 상대적으로 용적률이 낮은 주거지를 조성하도록 계획이 세워진 상태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초고층 건물을 용산역 쪽으로 배치하는 등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명예교수는 “신분당선과 GTX를 수직으로 연계해 짧은 시간 안에 KTX나 지하철로 환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도로망 지하화 역시 집중되는 교통량이 강남, 여의도, 경부고속도로 등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심 교통 흐름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업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하계5단지는 실현 가능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 시장이 예로 든 피너클 앳 덕스턴은 싱가포르에서도 한 곳뿐인 상징적인 공공주택인데, 서울 모든 임대주택을 이런 수준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급화를 하려면 건축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세입자가 낼 임차료가 높아지거나 서울도시주택공사(SH) 등 공공이 비용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개발 계획단계에서부터 민간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용산은) 사업시행자가 SH와 코레일인데 두 기관은 디벨로퍼 경험이 매우 부족하다”며 “기획 단계에서 고밀 복합개발 역량이 있는 민간의 아이디어를 받고, 개발이익도 공공과 민간이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