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예일대 의대팀, 특수약물 주입 심장 뛰고 간-신장세포도 살아나 의식은 없어… “삶-죽음 기준 모호”
죽은 돼지에게 특수 약물을 넣었더니 심장이 다시 뛰고, 간과 신장 세포가 살아났다. 이 돼지는 산 것일까, 죽은 것일까.
3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네나드 셰스탄 미국 예일대 의대 교수팀이 죽은 지 한 시간이 지난 돼지 장기를 일부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돼지의 장기 일부가 되살아났지만 뇌 기능이 돌아오지 않아 여전히 죽은 상태”라며 “삶과 죽음을 나누는 기준에 대해 윤리적 의문점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죽은 돼지들 중 일부에 체외막산소화(ECMO·에크모) 장치를 응용한 ‘오르간엑스(OrganEx)’를 연결했다. 에크모는 위급한 환자의 심장과 폐에 산소가 녹아 있는 혈액이 지나가도록 하는 장치다. 연구진은 돼지가 죽고 한 시간이 지난 뒤 이를 통해 영양소, 인공 헤모글로빈 등 13가지 물질로 만든 특수 약물을 오르간엑스를 통해 주입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특수 약물이 주입되는 동안 돼지 심장이 수축하며 전기 신호를 보냈다. 간, 신장 세포의 활동도 감지됐다. 혈액 순환이 이뤄지면서 사후 경직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심장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거나 의식이 살아나지는 않았다. 생명윤리학자인 아서 캐플런 뉴욕대 교수는 네이처에 “죽음의 정의는 의학 발전에 따라 진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 약물 주입해 죽은 세포 되살려… 의식은 없어”
죽은 돼지 심장 다시 뛰게
세포소멸 과정 중단-회복시켜
심장마비 등 장기손상 최소화
장기이식 골든타임 크게 늘릴 듯
이번 연구에서 죽은 돼지의 뇌에서는 신경 활동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를 주도한 셰스탄 교수는 “죽은 돼지에게 주입한 ‘오르간엑스’에 신경차단제가 들어 있어 뇌신경 활성화를 막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년 전 비슷한 연구에 성공한 적이 있다. 2019년 8월 죽은 지 4시간이 지난 돼지의 뇌 기능 중 일부를 되살린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한 것이다. 당시 연구팀은 브레인엑스(BrainEx)라는 직접 개발한 인공혈액 공급 장치를 이용했다. 즈보니미르 브르셀랴 예일대 의대 연구원은 “브레인엑스는 특정 장기에 맞게 제작된 반면 오르간엑스는 모든 장기에 작동하는 공통적인 특성을 찾아야 했다”며 “뇌보다 신체 다른 곳에서 더 활동적인 면역 체계를 포함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아직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겪은 사람의 장기나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의 ‘골든타임’을 늘려 장기이식 수술을 위한 장기 공급이 더욱 원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셰스탄 교수는 “벌써 죽었어야 할 여러 중요 장기에서 기능이 회복됐다”며 “세포 소멸 과정이 중단되거나 회복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봤다”고 말했다.
김선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미래형자원센터장은 “(이번 연구 결과가) 생명연장 기술의 일종”이라며 “심정지가 온 사람들에게 쓰는 제세동기를 보완하는 기술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장기 이식 후 제대로 기능하도록 활성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올해 초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팀이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했는데, 심장을 이식하고 난 뒤에는 원래 환자의 심장박동과 동기화시켜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오르간엑스 장비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장기 이식 연구가 성공하면 뇌와 심장 복원 연구로 이어지길 희망하고 있다. 심장마비나 뇌출혈 등 심장이나 뇌에 치명적 손상을 입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면 생명 연장의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영애 동아사이언스 기자 ya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