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 콜린 씨의 일일/콜린 랭커스터 지음·최기원 옮김/396쪽·1만8800원·해의시간
반면 미 월스트리트에서 헤지펀드 트레이더로 일하는 저자에게는 최고의 시절이었다. 저자는 “지금이야말로 트레이더로서 주어진 룰을 최대한 이용해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순간”이라고 자백한다.
이 책은 시타델과 숀펠드 등 세계적인 헤지펀드 회사에서 2000년부터 일한 저자가 2019년 10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쓴 일기를 재구성했다. 경제 불황에 직면한 각국 정부가 초저금리로 양적완화를 하는 임시방편을 내놓은 결과, 한꺼번에 풀린 돈이 주식 시장으로 몰렸다. “돈이 복사 된다”는 말이 유행하던 시기. 저자의 일기에는 내부자 시선으로 본 날카롭고 솔직한 분석이 담겼다.
정부가 금리를 인하해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받고, 더 많은 기업이 빚으로 빚을 막는 상황도 마찬가지. “지금 같은 경기에서 은행의 실적보고를 듣는 건 마치 자동차 사고를 목격하는 것 같다. 결국 사고가 날 것을 알면서도 최대한 속도를 줄이면서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을 보고만 있는 것”이라고 털어놓는다.
미국 헤지펀드 트레이더인 저자는 2019, 2020년 미 주식시장을 지켜보며 “3000만 명에 이르는 미국인이 실업자가 된 반면, 빅테크 기업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제 세계는 새로운 부익부 빈익빈 시대에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해의시간 제공
감정 없는 로봇처럼 미 경제를 진단한 저자는 매우 냉소적이다. 하지만 적어도 독자를 기만하진 않는다. 저자는 ‘최악은 지났다’는 헤드라인을 뽑으며 경제를 낙관하던 미 언론에 대해서도 “그들이 틀렸다. 새로운 부익부 빈익빈 시대에 진입했다”고 반박한다.
결과론적이지만 저자의 진단은 맞았다. 빚으로 쌓아올린 거품이 꺼지고 있다. 그게 미국뿐인가. 초저금리 시대에 ‘빚투(빚내 투자)’에 나섰던 개미들은 주식시장이 차갑게 식으면서 막대한 빚을 떠안고 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