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창구 모습.ⓒ News1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은행권도 예금 금리를 잇달아 올리면서 고객 확보를 위한 수신 경쟁이 갈수록 가열되는 분위기다. 시중은행의 경우 금리가 연 3%를 넘는 예금상품이 흔해졌고, 저축은행에선 연 4%대 예금까지 등장해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주식·코인 등 자본시장 조정국면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예·적금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안전자산인 은행으로 돈이 몰리는 ‘역(逆)머니무브’ 현상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은행연합회 공시를 통해 전국 19개 은행 총 44개 ‘1년 정기예금’ 상품을 분석한 결과, 기본금리가 연 3%를 넘는 상품이 14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까다로운 조건 없이 1년간 돈을 넣어두면 연 3% 이상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우대조건을 더할 경우 절반이 넘는 26개 예금상품의 금리가 연 3%를 넘었다.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곳은 KDB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다. 산업은행의 ‘KDB Hi 정기예금’은 우대조건 없이 1년 만기 기준으로 100만원 이상을 맡기면 연 3.6%의 금리를 준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 첫 거래 우대 정기예금’도 첫 거래 고객에만 해당하기는 하지만 연 3.6%의 최고금리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의 ‘아름다운 용기 정기예금’도 최고 우대금리가 연 3.4%(기본금리 3.25%)였고, 우리은행의 ‘WON 플러스예금’은 기본금리 연 3.33%,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은 최고 연 3.3%,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은 기본 연 3.13%로 모두 연 3%가 넘는 금리를 제공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예금은행 금리수준별 여수신 비중’을 보면, 정기예금 고객 중 연 3~4% 미만 금리를 적용 받은 비중(신규취급액 기준)은 5월엔 0.4%에 불과했으나, 6월엔 16.4%로 급증했다. 2013년 3월(27.2%) 이후 9년3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시중은행 등 예금은행이 수신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자 저축은행도 금리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예·적금 금리를 앞다퉈 올리고 있다. 시중은행과의 예금금리 차가 줄어들면서 고객이 시중은행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다른 저축은행들도 예금금리를 3% 후반대로 끌어올렸다. 상상인저축은행의 ‘뱅뱅뱅 회전정기예금’ 연 3.81%, 안국저축은행 ‘e-정기예금’ 연 3.80%, 인천저축은행 ‘e-보다 회전정기예금’ 연 3.80%, HB저축은행 ‘e-회전정기예금’ 연 3.75% 등이다.
은행 수신금리가 높아지면서 시중 뭉칫돈이 은행 예·적금으로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712조4491억원으로, 전월보다 27조3532억원 늘면서 700조원을 돌파했다. 정기적금 잔액은 38조1167억원으로 전월보다 6524억원 늘었다.
업계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은행권의 금리인상도 계속돼 조만간 예금금리 연 4%대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달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되면 은행의 예·적금 금리도 지금보다 더 오르게 될 것”이라며 “머지않아 연 4%대 예금상품이 쏟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