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온라인 예금상품 중개업 혁신금융 지정, 연내 실행 조율중” 빅-핀테크 기업 10여곳 검토-준비중, 상품 안내에 ‘맞춤형 서비스’ 등장 은행간 금리 경쟁도 본격화 전망
직장인 장모 씨(38)는 최근 금리가 많이 올랐다는 소식에 예·적금 상품을 수소문했다. 월급 통장에 방치하던 돈을 정기예금에 넣어 재테크를 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장 씨는 아직도 어떤 상품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는 “고만고만하고 비슷한 상품이 너무 많아서 무엇이 나에게 가장 적합한지 고르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대 중반을 넘어선 가운데 금융당국이 ‘예금상품 중개 서비스’의 연내 도입에 나선다.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예·적금에 관심을 갖게 된 금융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은행들의 금리 경쟁에도 불을 붙이겠다는 취지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온라인 예금상품 중개업을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해 연내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예금상품 중개업은 알고리즘 분석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예금상품을 비교, 추천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예금상품 중개가 가능해지면 은행별 예금상품 안내는 물론이고 개인 맞춤형 예·적금 설계, 여윳돈 재배치 추천 서비스 등이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의 대출상품 중개 서비스와 연계하면 금리 상황에 따라서 대출 상환과 예·적금 가입 가운데 어떤 것이 유리한지를 가이드해주는 서비스 등도 가능하다.
은행 예금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앱 ‘저축하나로’를 이미 운영 중인 씨비파이낸셜솔루션의 최혜윤 대표는 “원리금이 예금자보호 한도를 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비자에게 분산 예치를 권하는 등의 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온라인 예금 중개업의 등장이 전체 은행들의 금리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특히 영업망이 시중은행에 비해 약했던 지방은행과 제2금융권도 앞으로는 중개 플랫폼을 통해 자사의 금융 상품을 홍보하는 게 용이해질 수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온라인 예금 중개업이 금융산업의 플랫폼 기능을 크게 키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보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예금상품을 조회하려는 이용자들이 한데 몰리면 자연히 금융회사들의 사업 기회가 확장되고 소비자들도 금융상품에 대한 많은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금융산업의 디지털화를 중요한 목표로 내걸고 지난달 출범한 금융규제혁신회의도 이달 말 두 번째 회의에서 금융 플랫폼 활성화를 핵심 과제로 다룰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존의 대출 중개 서비스에 예금 중개와 마이데이터 서비스 등까지 결합되면 자연스럽게 금융 플랫폼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