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학연령 하향 관련해 학부모단체와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2022/08/02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교육부가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외국어고 폐지’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같은 날 업무보고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한 살 낮추는 학제 개편안을 공개한 지 나흘 만에 폐기를 시사한 데 이어 외고 폐지도 발표 일주일 만에 백지화를 선언한 것이다.
국민이 반대하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 여론을 이유로 갓 발표한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행태도 황당하다. 70년 넘게 유지돼온 학제를 바꾸려면 정책의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한 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교한 추진 전략을 세웠어야 한다. 그런데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마자 허둥대며 폐지 얘기를 꺼냈다. 특수목적고 존치는 정부의 국정 과제다. 하지만 특목고 중 유독 외고만 없앤다고 했다가 반발이 나오자 이번에도 별다른 해명이나 설득 노력도 없이 백기부터 든 것이다. 이렇게 쉽게 거둬들일 정책을 무슨 생각으로 불쑥 하겠다고 발표부터 한 건가.
이러니 애초에 교육부가 취학연령 하향 조정이든, 외고 폐지든 정책 이해도가 떨어지거나 그 필요성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박순애 장관은 행정학자이고 장상윤 차관은 국무조정실, 이상원 차관보는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교육 문외한 3명이 교육부를 이끌고 있다. 박 장관의 정책보좌관에는 여당 원내대표의 보좌진 출신이 임명돼 실세의 ‘자리 챙겨주기’ 의혹까지 받고 있다. 박 장관은 “외부자적 시각에서 교육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중립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했지만 동의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