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100인 이상 1057곳 단협 조사… 63개社서 불법 우선-특별채용 조항 58곳은 퇴직자-직원 자녀 뽑고 5곳은 노조 추천인 등 채용 보장 적발 사업장 중 43곳 민노총 산하, 시정명령 조치… “벌칙 강화” 지적도
국내 A기업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은 사원 채용 때 정년 퇴직자나 장기 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이 단체협약엔 설령 장기 근속자 자녀가 아니더라도 직원 자녀는 신입사원 채용 때 회사의 채용조건만 충족하면 ‘직원당 1명’을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퇴직자나 직원 자녀를 먼저 뽑는 이른바 ‘고용 세습’ 조항이 들어 있는 노사 단체협약은 불법이지만 이런 조항을 유지하는 것은 A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효력을 지니고 있는 1057개 회사의 노사 단체협약을 조사한 결과 63개 회사에서 위법한 우선·특별채용 조항이 적발됐다고 7일 밝혔다. 고용부는 이 노사들에 시정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노사 단체협약은 자율적으로 체결할 수 있지만 체결된 협약이 위법하면 행정관청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노사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이번에 적발된 단체협약 63개 중 58개에서 정년 퇴직자나 장기 근속자, 직원 등의 직계가족을 우선·특별채용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직원 가족이 아니더라도 노동조합 또는 직원이 추천한 사람을 채용하도록 보장한 단체협약도 5건 적발됐다.
이번에 적발된 우선·특별채용 단체협약 사업장 노조 63곳 가운데 43곳(68%)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였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은 18곳, 상급단체 미가입 노조는 2곳이었다.
이번 조사는 정부의 국정과제인 ‘공정한 채용 기회 보장’을 달성하기 위해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청년들이 채용 과정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이 같은 단체협약의 우선 채용 조항을 없애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2016년 실시한 단체협약 실태조사에서 적발된 우선·특별채용 조항 대부분이 현재 시정되어 지금은 이런 조항이 많이 없어졌다”며 “앞으로도 불합리한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2016년에 2769개 단체협약을 조사해 우선·특별채용 조항이 포함된 단체협약 694개를 적발한 바 있다. 이 중 약 130개가 시정명령 조치됐다. 다만 일부에선 여전히 노사 단체협약에 해당 조항이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벌칙 규정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