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 2022.8.8/뉴스1
박 장관은 이날 오후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칩4’에 대한 중국 당국의 반발 등 관련 질문에 “이른바 ‘칩4’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위한 협의체”라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만약 (‘칩4’에 대한) 중국의 우려가 있다면 해소할 수 있도록 설명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칩4’ 구상은 우리나라와 미국·일본·대만 등 반도체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4자가 공급망 안정을 위해 협력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그 주요 협력 분야로는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R&D) 협력 △공급망 다변화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된 건 아니다.
이에 따라 9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열리는 박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두 번째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통해서도 ‘칩4’ 관련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부터 사흘 간 일정으로 칭다오를 방문한다.
박 장관은 “중국은 우리 최대 무역 상대국이고, 공급망 분야에서도 중요 상대”라며 “(이번 방중에서) 중국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소통·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중국 측이 이번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계기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운용 문제를 재차 거론할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 당국은 그간 사드가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해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8일 오후 중국 방문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8.8/뉴스1
특히 그는 “한중 간 문화·인적교류 확대, 한중관계 미래발전을 위해선 양국민 간 상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양국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세대 간 소통·교류 증진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며 K팝과 영화·드라마·게임 등 우리 문화콘텐츠가 중국에 폭넓게 소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말했다.
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 당국이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따른 일종의 보복조치로 시행해온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에 대한 해제를 요구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박 장관은 “한류 콘텐츠에 대한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한중 간에 앞으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최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며 합법 정부 또한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라는 것) 훼손 시비 등이 일고 있는 데 대해선 “‘하나의 중국’(존중)에 대한 우리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동시에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은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한반도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의 안보·번영을 위해서도 (대만해협의 안정이) 필수적이란 점을 중국도 잘 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이번 방중에 민항기가 아닌 ‘공군 2호기’를 이용하기로 한 건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상황 등을 감안한 결정으로 알려졌으나, 현안이 있을 때마다 양국을 수시로 오가며 협의하는 ‘셔틀외교’를 추진하고자 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한중 간 전략적 소통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방중 기간 북한 비핵화, 공급망 안정 등 안보와 경제 분야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하겠다”며 “우리 국익 차원에서 당면한 현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