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호실적에도 어두운 전망
올 상반기(1∼6월) 역대급 호황을 기록했던 국내 정유업계가 하반기(7∼12월) 유가 하락세와 정제마진 감소, 수요 둔화 전망으로 다시 하락 수순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가와 정제마진 상승 등 정유업체에 유리한 환경이 이어진 데다 비정유 제품인 윤활유 사업도 ‘깜짝 효자’ 역할을 하면서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하반기 경기 둔화 흐름을 피하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는 휘발유 등 주력 제품과 윤활유 등 비(非)정유 제품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생산 및 수출이 크게 늘며 정유 4사의 호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 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의 올해 상반기 휘발유 생산량은 총 8421만5000배럴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약 9.1% 늘며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석유제품 수급 차질이 이어지며 수익성이 높아지자 국내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크게 높였기 때문이다. 상반기 휘발유 수출 물량도 5197만7000배럴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 수출량은 8.8% 증가했다.
대표적 비정유 제품인 윤활유의 성장세도 실적에 ‘효자’ 노릇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국내 윤활유 생산량은 1695만9000배럴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1.2% 늘었다. 같은 기간 수출량도 1292만8000배럴로 41.5% 늘었다. 수출액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75.1%나 늘어난 20억3451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상반기 정유 4사는 흑자 릴레이를 이어갔다. SK이노베이션이 3조9783억 원(전년 대비 249%↑), 에쓰오일 3조539억 원(154%↑), 현대오일뱅크 2조748억 원(206%↑)을 기록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S칼텍스도 상반기 2조 원대 흑자를 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되면서 정유업계의 호실적도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 고유가와 공급망 불안이 가져온 인플레이션으로 전 세계 소비자가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올해 석유 수요 전망치를 종전보다 하루 24만 배럴 적은 하루 9920만 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예상치도 1억130만 배럴로 28만 배럴 낮췄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