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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쓸데없는 ‘홀란 걱정’… “아버지, 이래도 놀리실 건가요?”

입력 | 2022-08-09 03:00:00

EPL 웨스트햄과 개막전 2골 원맨쇼
리버풀과 첫 공식경기서 부진하자… 맨시티 출신 부친 “왜 못 넣었지?”
승부욕 자극받은 듯 맹활약 이름값… 맨유는 안방서 브라이턴에 첫 패배
후반 투입 호날두도 굴욕 못 막아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이 8일 열린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20분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전반 36분엔 페널티킥 골을 기록한 홀란은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런던=AP 뉴시스


‘스코어링 머신’ 엘링 홀란(22·맨체스터 시티)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데뷔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몸값을 톡톡히 했다. 홀란은 2년 연속 EPL 우승 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가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인 8550만 파운드(약 1347억 원)를 지급하고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에서 데려온 골잡이다. 지난 시즌까지 도르트문트에서 89경기를 뛰면서 86골을 넣었고 2020∼202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8경기 10골을 기록하며 최연소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다. EPL 새 시즌 개막에 앞서 영국 베팅업체들은 득점왕 후보 1순위로 홀란을 꼽은 바 있다.

홀란은 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웨스트햄과의 2022∼2023시즌 EPL 첫 경기에서 2골을 넣고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36분엔 자신이 직접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시켰고 후반 20분엔 케빈 더브라위너의 패스를 받아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홀란은 지난달 31일 잉글랜드축구협회(FA) 커뮤니티실드 리버풀전에서 맨시티 공식 경기 데뷔전를 치렀는데 기대에 못 미쳤다. 커뮤니티실드는 직전 시즌 EPL 우승팀과 FA컵 우승 팀이 단판으로 승부를 가리는 경기다. 이 경기에서 홀란은 후반 추가시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날리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반면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득점왕 출신으로 역시 이번 시즌 EPL 무대에 입성한 다르윈 누녜스(리버풀)는 이날 골을 터뜨렸다. 맨시티는 리버풀에 1-3으로 졌다.

이 경기 후 홀란의 EPL 적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맨시티 출신으로 EPL에서 가장 많은 골(184골·EPL 역대 4위)을 넣은 세르히오 아궤로(34)는 “홀란이 맨시티와 EPL 스타일에 적응하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영국 BBC는 이번 시즌 EPL 개막을 앞두고 리그 역대 최다 득점자(260골) 앨런 시어러(52)와 홀란의 대화를 진행했는데 여기서 홀란은 아버지와의 일화를 언급했다. 축구 선수 출신인 홀란 아버지도 맨시티에서 뛴 적이 있다. 커뮤니티실드가 열리기 전에 아버지가 ‘내가 너보다 안필드(리버풀 안방구장)에서 골을 더 많이 넣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엔 아버지가 ‘왜 골을 못 넣었지?’ 하고 물었다고 했다. 하지만 홀란이 자신을 향한 우려를 잠재우는 데는 일주일이면 충분했다.

홀란은 “어릴 때부터 축구 선수로 아버지보다 더 잘하고 싶어 최선을 다했다. 이런 마음가짐이 무의식중에 동기 부여가 됐던 것 같다”고 했다. 아들의 승부욕을 자극한 아버지는 8일 아들의 EPL 데뷔전 활약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아버지가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이 TV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홀란은 후반 33분 맨시티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교체됐다. 경기 후 주제프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지금의 홀란은 일주일 전과 다르다. 티에리 앙리, 시어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며 치켜세웠다. 시어러도 경기 후 자신의 트위터에 홀란을 언급하며 “앞으로 258골만 더 넣자!”고 했다. EPL 데뷔전에서 2골을 넣었으니 자신이 갖고 있는 최다골 기록까지 258골 남았다는 것이다.

선발로 출전하지 못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벤치에 앉아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맨체스터=AP 뉴시스 

시즌 개막 전 줄기차게 이적을 요구해 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때문에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7일 브라이턴과의 안방경기에서 1-2로 졌다. 안방에서 브라이턴에 패하기는 1909년 이후 113년 만이다. 호날두는 후반 8분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골을 넣지는 못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