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mm 넘는 폭우 쏟아져… 도로-지하철-건물 곳곳 침수 1, 4호선 일부구간 운행중단
강남역 주변 물바다 8일 오후 서울에 기록적 집중호우가 내린 가운데 서초구 진흥아파트 앞 교차로에 차량들이 침수돼 있다. 트럭 짐칸 높이까지 차오른 빗물에 운전자들은 차를 버리고 피했고, 버스 승객들도 대피했다. 행인들은 허리까지 차오른 물을 가로지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하늘에 구멍이 났다.’
8일 서울에 300mm가 넘는 비가 내리는 등 수도권과 강원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양동이로 퍼붓는 듯한 폭우가 쏟아졌다. 건물과 도로, 차량, 선로가 침수되는 피해가 잇따랐고, 시민들이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가 가까스로 구조되기도 했다. 서울 동작구와 경기 시흥시에서 비를 맞으며 작업하던 근로자 2명이 감전돼 숨졌다.
서울은 이날 저녁 무렵부터 동작 구로 서초 강남구 등 남쪽 지역을 중심으로 비가 집중적으로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상세관측지점(AWS) 기준 이날 오후 10시까지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는 351.0mm의 비가 내렸다. 우리나라 연간 총 강수량이 1000∼1300mm인 것을 감안하면 1년간 내릴 비의 약 30%가 단 하루 새 쏟아진 셈이다. 구로구 궁동 281.0mm, 동작구 사당동 280.5mm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8일 오후 8시경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 거리와 음식점이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있다. 1m 높이까지 물이 차오른 곳도 있었다. 독자제공
8일 오후 8시경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 거리와 음식점이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있다. 1m 높이까지 물이 차오른 곳도 있었다. 독자제공
강남구 신논현역과 논현역 먹자골목 일대 1층 음식점에는 쏟아진 비로 물이 1m 이상 차올랐다. 논현동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던 이재중 씨(23)는 “15분 만에 비가 땅부터 골반 높이까지 차올라 술집 안에 있는 의자 등 모든 게 떠다녔다”며 “전선이 물에 닿으면 위험할 것 같아 손님들이 모두 2층으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강남이 잠겼다’
고속버스터미널 상가-코엑스 등 침수… 동작-시흥서 근로자 2명 감전 사망
동부간선도로 전 구간 전면통제… 관악구 도림천 범람 대피 공지도
인천-구리-하남 등서도 곳곳 침수
강원 등 산사태경보 ‘주의’ 상향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내 일부 매장이 침수됐고 삼성동 코엑스 내 도서관과 카페 등에는 누수 피해가 발생했다. 강남소방서 관계자는 “폭우로 인해 하수구가 역류한다는 신고가 끊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6시 반부터 동부간선도로 전 구간이 전면 통제됐고, 오후 9시 26분경 서울 관악구 도림천이 범람하면서 대피 공지가 내려졌다. 밤늦게 잠수교도 전면 통제됐다.
물에 잠긴 대치역 사거리 8일 오후 서울에 기록적 집중호우가 내린 가운데 강남구 대치역 사거리 인근 도로가 침수돼 차량 통행이 정체를 보이고 있다. 빗물은 레저용 차량의 보닛 위까지 차올랐고, 인도의 행인은 허리까지 차오른 물을 가로지르고 있다. 독자 제공
이수역 천장 와르르 8일 내린 폭우로 오후 9시 50분경 서울 동작구 지하철 7호선 이수역 승강장의 대합실 천장이 무너지고 있다. 유튜브 캡처
경기와 인천에서도 침수 피해가 이어졌다. 경기 부천시 중동 225.0mm, 인천 부평구 구산동 194.5mm, 경기 가평군 조종면 193.5mm 등 많은 비가 내렸다.
인천 전통시장도 침수 8일 서울 등 중부 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인천도 시간당 8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후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 제일시장이 빗물에 잠겨 상인들이 바지를 걷고 신발을 든 채 걸어가고 있다. 사진 출처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 페이스북
정전 피해도 이어졌다. 부천시에선 병원 등이 입주한 건물 지하가 침수되면서 전기 공급이 끊겼다. 이로 인해 환자와 의료진 등 340여 명이 이날 오후 1시 30분경부터 5시 20분까지 약 4시간 동안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못했다. 서울 강동구에선 낙뢰로 241채 규모 아파트 단지의 전기 공급이 40분간 중단됐다.
인명 사고도 발생했다. 이날 낮 12시 경기 시흥시 한 오피스텔 신축 공사 현장에서 전기 그라인더로 철근 절단 작업을 하던 50대 중국인 A 씨가 감전돼 숨졌다. 이날 오후 6시 50분경 서울 동작구에선 쓰러진 가로수를 정리하던 60대 구청 직원이 감전돼 사망했다.
경기 양주시 광백저수지에선 낮 12시 반경 1명이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가 119 대원에게 구조됐다. 강원 철원군 담터계곡에서도 4명이 탄 차량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연천과 포천, 안산, 과천 등에서도 불어난 물에 고립된 시민 6명이 구조됐다.
표시등만 보이는 택시… 창문까지 잠긴 버스 8일 저녁 내린 기록적 집중호우로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앞 교차로 인근 도로가 침수된 가운데 차량들이 빗물에 잠긴 채 멈춰 있다. 택시는 표시등만 간신히 보이고, 버스는 창문까지 잠겼다. SNS 캡처
10일까지 사흘간 예상 강우량은 수도권과 강원 내륙 산지 등 100∼250mm, 강원 동해안과 충청 남부, 경북 북부 50∼150mm, 전북 20∼80mm다. 지역에 따라 350mm 이상의 비가 내리는 곳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간당 강수량이 인천은 84.8mm로 역대 3위, 파주는 63.1mm로 역대 2위를 기록하는 등 곳곳에서 최대 강수량 수치가 경신될 수도 있다고 기상청은 전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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