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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추천한 명의]“재발-전이 많은 난소암, 소화불량으로 오인해 진단 늦어져”

입력 | 2022-08-10 03:00:00

<11> 장석준 아주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배란 시 변이로 생기는 난소암… 초경 빨라지면서 젊은 환자 급증
자궁내막증-유전 등으로 발병… 전이 일어난 조직 제거 수술
온열항암요법도 치료효과 높아



장석준 아주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난소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 교수는 난치성 난소암 명의로 알려져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동아일보가 창간 102주년을 맞아 온·오프라인 건강 콘텐츠를 대폭 강화했다. 건강 플랫폼 ‘헬스동아’가 동아닷컴(www.donga.com)에 문을 연 데 맞춰 ‘명의가 추천한 명의 여성 암’ 기획을 준비했다. 부인암 마지막은 난소암이다.》


명의들은 자신이 암에 걸리면 어떤 의사를 찾아갈까. 동아일보는 최근 국내 난소암 명의 34명에게 본인이나 가족이 난소암에 걸렸을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들을 추천받았다. 이들이 추천한 명의는 총 186명. 이들 중 장석준 아주대병원 산부인과 교수(53)와 임명철 국립암센터 산부인과 교수가 공동 1위를 했다. 이번에는 장 교수를 찾아 난소암의 발병 원인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장 교수는 부인암 중에서도 치료가 까다로운 난소암 치료, 특히 초근치수술의 권위자다. 근치수술은 질환을 완전히 고치는 것을 기대해서 행하는 수술의 총칭이다. 예를 들어 암의 근치수술이라고 하면 전이가 예상되는 주위의 림프절 등을 포함해서 가능한 한 암세포를 완전히 절제하려고 시도한다. 장 교수에게 수술 받은 3기 말∼4기 진행성 난소암 환자의 5년 평균 생존율은 50% 이상, 10년 장기 생존율은 23%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치료 성적을 내고 있다.

―난소암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난소암 발병 원인으로 배란이 있다. 생리를 하는 여성에서 배란은 정상적인 활동이다. 난소의 표면이 찢어지면서 난자가 나오고 다음번 배란이 될 때까지 다시 회복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배란이론’은 난자가 난소를 뚫고 나오면서 생긴 상처에서 우리가 모르는 어떤 변이가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난소암 예방법 중에 피임약을 복용해 배란을 억제하는 방법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임신을 하는 것도 난소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인가.


“임신도 난소암 예방의 중요한 방법이다. 또 난소암을 일으키는 원인 중에는 염증이 있는데 자궁내막증은 골반 내 염증을 동반한다. 자궁내막증이 있으면 난소암의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난소암이 발생할 수도 한다. 마지막으로 유전적 요인이다. 앤젤리나 졸리는 자신의 엄마가 난소암, 이모가 유방암, 외할머니가 난소암으로 사망한 가족력이 있었다. 그래서 유전자 분석을 통해 유방암과 관련이 있는 브라카 유전자 1번의 변이를 확인하고 선제적으로 유방 절제 수술과 난소 나팔관 절제 수술을 했다. 이런 유전적인 요인도 난소암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난소암은 주로 50∼70세에 발생하는 암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 30대 젊은 환자들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과거와 달리 젊은 여성들이 산부인과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으면서 난소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됐다. 또 초경 연령이 빨라지고 폐경 연령이 늦어진 것도 이유일 수 있다. 초경이 빠르면 그만큼 배란을 일찍 경험하게 된다. 폐경도 늦어지면 그만큼 배란을 많이 하게 된다. 따라서 난소암 발병 위험이 조금 높아질 수 있다.”

―난소암은 다른 암에 비해서 재발이나 전이가 비교적 많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왜 그런가.

“난소는 복부에 노출돼 있는 장기다. 난소암이 발생하면 종양도 난소와 같이 배 안에 그대로 노출된다. 그러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암세포가 복부 내부에 떨어진다. 이렇게 떨어진 암세포는 복수에 실려 배 안을 순환하면서 장기 이곳저곳에 붙어서 자란다. 난소에 있는 암세포는 아주 작은 크기에서도 떨어질 수 있어 난소암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전이가 심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 또한 초기 난소암 환자는 배가 나온다거나 소화 불량 등의 증상으로 동네 병원, 내과 등을 전전하다가 진단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개 3, 4기 때 많이 진단이 되는데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아무래도 다른 암들에 비해서 위험한 암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난소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난소암 치료에서 수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대 종양감축수술’은 통상 종양을 남김없이 최대한 깨끗하게 떼어내는 것을 말한다. 전이가 있는 조직은 모두 제거한다. 난소암의 경우 자궁·난소·나팔관 외에 복막 전이가 있으면 복막을 절제하는 복막절제수술을 한다. 전이가 있는 장은 자르고 이어 붙이는 장 수술도 한다. 이런 수술 방법을 ‘초근치수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수술에서도 보이지 않는 암이 남아있을 수 있다. 추가로 항암치료를 하는 이유다. 이런 치료들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을 때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난소암 치료에서 온열항암요법(하이펙 요법)으로 치료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일부 항암제는 열을 가했을 때 효과가 더 커진다. 항암제에 뜨거운 물을 섞으면 열이 우선적으로 암을 사멸시키고 이후 항암제가 암세포를 죽이는 이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것이 복강 내 온열항암화학요법이다. 항암제를 섞은 뜨거운 물을 펌프를 이용해서 배 안에 넣고 순환시키는 방법이다.”

―현재 투병 중인 환자들에게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우리가 끝까지 가져야 할 중요한 가치는 희망이다. 의학의 발전이 빠르다. 매우 좋은 약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출시되고 있다. 난소암도 마찬가지다. 좋은 약제들이 개발되고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조금만 버티면 그러한 약들의 혜택을 분명히 받을 수 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장석준 교수가 알려주는 ‘난소암 오해와 진실’―질염 같은 여성 질환이 난소암을 일으킨다.(×)

질염은 난소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들 중에 자궁내막증, 일부 골반염이 난소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뱃살이 나오면 난소암일 수 있다.(○)

난소암이 진행되면 복수가 차거나 종양이 커지면서 뱃살이 나올 수 있다. 배를 만졌을 때 단단하게 만져지거나 팽팽한 느낌이 드는데 안에서 출렁거리는 느낌이 들면 복수가 찼을 수 있다.

―생리통이 심하면 난소암일 수 있다.(○)

생리통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 중에 특히 자궁내막증은 난소암의 위험 인자가 될 수 있다.

―난소혹이 난소암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난소혹은 양성이다. 자궁내막종 같은 아주 일부 혹이 난소암이 될 수는 있다.

―유방암 발병 병력이 있으면 난소암 발병 가능성이 높다.(△)

유방암이 있다고 해서 모두 난소암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건 아니다.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주의하는 것이 좋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