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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력 높은 국산 유산균… “27년 연구 바탕으로 세계에 알릴 것”

입력 | 2022-08-10 03:00:00

쎌바이오텍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수출 1위 기업… 발효식품 섭취 많은 한국인 장 주목
미생물 다양성 높고 향신료에 강해… 산업적으로 뛰어난 가치 갖고 있어
균주 개발, 생산 등 일괄 체계 구축… 100% 우리나라 유산균 연구 노력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쎌바이오텍이 전개하고 있는 ‘100% 한국산 프리미엄 유산균, 듀오락’ 브랜드의 제품들. 쎌바이오텍 제공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의 환경적, 지리적 상황에 따라 발달해온 고유의 발효식품 문화를 가지고 있다. 민족에 따라 발달해온 발효식품 유형은 다르다. 서양은 주로 우유, 우리나라는 채소나 콩을 활용한 식품이 많다. 발효 방식과 재료가 모두 천차만별인 만큼 균종 분포 등의 특징도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

서양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인 치즈는 원유에 유산균을 접종하는 방식으로 발효해 균종 분포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종류도 한정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균, 효모, 곰팡이 등 다양한 미생물이 종합적으로 관여하는 복합 발효를 통한 발효음식이 발달해 다양한 유산균을 섭취하는 데 효과적이다.


한국의 토양과 기후… 식품 저장성 높이기 위한 전통 발효식품 성장 토대


우리나라에서 김치, 장, 젓갈 등의 독창적인 발효식품이 발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한국 고유의 ‘토양’과 ‘기후’에서 기인한다. 한국은 국토의 70%가 산으로 구성돼 목축업이 발달하기 어려웠다. 채식 위주의 식문화가 발달한 이유다. 또한 사계절이 분명한 기후적 특성으로 연중 안정적인 식량 조달을 위해서는 곰팡이 등의 미생물에 의한 식품 부패를 방지하고 저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했다.

우리 선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패의 원인인 미생물을 역으로 이용했다. 대표적인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가 이를 잘 보여준다. 김치를 담그기 위해서는 먼저 배추 등의 재료를 소금에 절여야 한다. 이 과정은 채소 속 수분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식중독 유발균 등의 유해 미생물이 배출된다.

유해 미생물을 제거한 뒤 각종 젓갈 등으로 우리 인체에 유익한 발효 미생물이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유해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이 분비돼 더욱 안전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이렇게 한국 고유의 기후와 토양에서 기인한 발효식품은 우리 식문화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특히 서양은 음식의 간을 맞출 때 소금을 주로 사용하지만, 우리는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의 발효식품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현재까지도 직간접적으로 발효식품을 이용하지 않은 음식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한국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우수성 높아… 산업적 활용 위한 방안 모색 필요


기후, 토양, 기술이란 3박자가 빚은 한국산 유산균을 태극 형상의 이미지로 표현했다. 한국인의 우수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동아일보DB

전통 발효식품은 현재까지도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산 유산균의 산업적 활용 가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상화된 전통 발효식품 섭취로 생긴 한국인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는 다양한 유산균이 분포돼 있다. 특히 마늘, 양파, 고추 등 매운 향신료에도 강한 생장성을 보이는 우수한 유산균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이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실제로 한국에서 태어나 살다가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은 미국 식단에 적응하면 할수록 미생물 다양성이 떨어지고, 한국인 고유의 해초 분해 미생물도 사라진다는 점이 연구를 통해 증명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한국산 유산균을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업체는 수입 종균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산 유산균을 사용하더라도 수입 균주에 소량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는 한국산 유산균의 우수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비용과 연구개발 역량 등의 문제로 제품화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한국산 유산균에 대한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으로는 쎌바이오텍이 있다. ‘100% 한국산 프리미엄 유산균, 듀오락’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 쎌바이오텍은 지난 27년간 한국산 유산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쎌바이오텍 관계자는 “다양한 향신료 및 발효식품을 즐기는 한국인의 장 특수성에 집중해 27년간 한국산 유산균에 대한 연구를 고집해왔다”며 “균주 개발부터 완제품 제조에 이르는 일괄 생산 체제를 갖춘 국내 대표회사로서, 덴마크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며 유산균 종주국에서도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쎌바이오텍은 미국의 듀폰 다니스코, 덴마크의 크리스찬 한센, 캐나다의 로셀 등 외국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세계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에서 ‘한국산 유산균’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8년 연속 국내 1위 프로바이오틱스 수출 기업으로 우뚝 선 배경이다.

현재 국제사회는 오사카생물협약을 통해 미생물 등의 생물자원을 최초 발견한 사람이 이용 권리를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산균 등의 유용 미생물 자원을 산업화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전통 발효음식과 이를 통해 형성된 우수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쎌바이오텍 관계자는 “한국 고유의 기후, 토양이 빚어낸 전통 발효식품에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력이 더해진다면 우리가 가진 식문화 자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 유산균의 가치를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