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민해방군(PLA) 동부전구 소속 항공기들이 7일(현지시간) 대만 해협 일대에서 합동 전투 훈련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실제 전쟁으로 이어질 경우 2009년 세계 금융위기를 능가하는 경제적 파장이 뒤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중이 군사적으로 충돌한다면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5%, 중국은 25% 가량을 잃게 될 것이라고 9일(현지 시간) 미국 야후파이낸스는 전했다.
또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전쟁 상황에서 중국 손에 넘어갈 위기에 처할 경우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반도체 패권’을 지키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만의 TSMC 공장을 파괴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날 야후파이낸스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고 전쟁이 미중 사이로 번질 경우 미칠 경제적 파장을 분석했다. 그러면서 “무력 충돌이 일어난다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어떤 군사적 대결보다 세계 경제와 세계 시장에 더 큰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 2위인 중국, 반도체 선진국인 대만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면 그 여파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초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과 중국 간의 연간 무역 규모는 6560억 달러(약 856조4736억 원)에 달한다. 미국과 대만의 교역액은 1140억 달러(약 148조8384억 원)다. 여기에는 ‘산업의 쌀’이자 미래 기술패권의 열쇠로 꼽히는 ‘반도체’가 포함된다. 미국, 중국, 대만의 교역액을 합치면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교역액의 약 10배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코퍼레이션은 미중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의 총 GDP(약 23조 달러) 중 5%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손실이다. 아시아와 전 세계로 여파가 미쳤던 2009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금융위기 당시에도 미국의 GDP 하락 폭은 2.6%에 그쳤다. 그보다 약 두 배 달하는 경제적 후폭풍이 닥치는 셈이다.
중국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이 미국과 전쟁을 시작한다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금융 제재를 피할 수 없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대(對) 러시아 제재 사례로 확인됐다. 러시아는 전 세계 달러 결제망에서 퇴출됐다. 대만과의 전쟁 비용도 천문학적인 규모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그 결과 중국은 17조 달러 규모의 GDP 중 25% 가량을 잃을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대만의 반도체 공장은 중국의 첫 번째 목표물로 꼽힌다. 야후파이낸스는 “미국과 서방은 대만 반도체 공장이 중국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먼저 이를 파괴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중국 손에 들어가는 것 보다는 아예 없애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다.
다만 실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당사국들이 감수해야 할 피해가 너무 막대하기 때문이다.
야후파이낸스는 “중국은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한계선 까지만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만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공격 보다는 지속적인 군사훈련 실시, 사이버 공격 등 ‘회색지대 전술’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