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유명한 화이자가 대면 영업방식의 디지털 개편을 공언하면서 영업직원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개편의 끝이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불안이다. 화이자의 이 같은 시도를 쫒아가는 제약기업도 생길 거라는 예상에 업계 타 회사의 영업직원들에게 까지 고용 불안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화이자제약은 기존의 대면 중심 영업방식에서 비대면 디지털 영업을 강화한 방식으로 개편하기 위해 영업인력 재배치를 진행 중이다. 현재 팀 재배치를 위한 영업직원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이는 글로벌 본사 차원의 영업 디지털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미국 본사의 영업인력 감축 계획은 올 초 외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의료진과의 비대면 접촉 추세에 맞춘 시스템 개편을 준비했다는 게 화이자의 설명이다. 한국지사의 인원 감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화이자제약 관계자는 “(사회 전반이)점점 디지털화 돼가는 상황에서 보건의료전문가와 협력하기 위해 디지털 및 과학 분야 전문성의 강화가 필요하다”며 “디지털을 활용해 가상 참여를 증가시키는 새로운 역할을 만들었다. 우리의 ‘고 투 마켓’(go-to-market) 모델을 변화시키기 위한 활동을 실행하면서 인력과 역량을 재분배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인원 감축에 대해선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다만 새 역할이 많이 생기면서 직원들 업무에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좋은 커리어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소통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이자의 영업직원들은 인력 감축의 수순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어 “퇴직을 희망하지 않는데도 궁지에 몰려 퇴직하면 구조조정과 뭐가 다르겠는가”라며 “희망자의 퇴직처럼 보이지만 실상 어쩔 수 없이 나가게 만드는 다국적 제약사의 방식은 이미 만연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화이자가 인력 감축을 하겠다고도, 안 하겠다고도 확답하지 않으면서 불안을 키우고 있다”며 “작년 최대 이익을 낸 화이자가 만약 인력 감축 수순을 밟는다면 지탄받을 일이다”고 말했다.
화이자의 디지털 영업 시도를 곧 다른 제약사들이 따라 도입하면서 유사한 노사 갈등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다국적 제약사 영업직원은 “다른 제약사들이 따라하며 고용 진통을 겪을까봐 걱정 된다”며 “비대면 영업은 아직 국내 제약환경에 적합하지 않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경영 실험을 위해 직원들이 고용 불안을 느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